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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술이세무사 Oct 16. 2023

술술아 도망치지 마!
(중소기업 결손금 소급공제)

술술이세무사

12월이 지나 1년 치 결산, 매출과 비용이 확정되면 이를 바탕으로 납부할 세금을 계산할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세금신고는 다음 연도 1~6월 상반기에 집중되어 있다.


1월 하반기 부가가치세 신고

2월 면세사업자현황 신고

3월 법인세 신고

4월 1분기 부가가치세 신고

5월 종합소득세 신고

6월 성실사업자 종합소득세 신고


상반기에 신고가 집중되다 보니

이 기간은 하루하루가 전쟁에 나가는 전사의 마음이랄까?


신고에 대한 걱정과 집중으로 온몸이 굳을 만큼 긴장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특히, 밥 먹을 때나 씻을 때 잘 때도 신고 생각으로 감각을 곤두세워 두다 보면 문뜩문뜩 놓치고 넘어간 부분이 떠올라 '큰일 날뻔했네' 하며 가슴을 쓸어내릴 때도 있다.


이렇게 초 긴장상태의 6개월이 지나고 나면 신고시즌을 잘 마무리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눈이고 어깨, 허리 안 아픈 곳을 찾기 어려워 병원을 찾기 마련이다.






각설하고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3월, 법인세 신고가 시작되었다.


먼저 ~12월까지 결산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코로나사태, 양적완화정책 등 급격한 경기변동으로 인해 큰 폭으로 오른 물가와 인건비 영향일까?

이익률이 크게 떨어지거나 적자인 곳이 태반인 그야말로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적자인 덕에 납부할 세금이 없다는 것일까?

좋은 소식이며 전해드리기엔 위안이 될 것 같진 않다.


거래처의 상황은 나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사업을 하다 보면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울적한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마른땅에 단비가 같은 방법이 필요한데..


번쩍!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바로 ‘중소기업 결손금 소급 공제’이다. (법인세법 제72조)


1. 중소기업으로

2. 올해 적자가 났을 때

3. 작년엔 흑자였

4. 납부한 세금이 있었으면


올해 손실 금액과 작년 이익 금액을 상계하여 작년 납부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업체의 경우 위 4가지 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해 본다.


1. 중소기업 ok

2. 올해 적자 2억 2천만 원

3. 작년 흑자 3억 5천만 원

4. 납부세금 법인세 2,437만 원, 법인지방세 496만 원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였다.

올해 적자 금액 2억 2천만 원을 한도로 환급받을 수 있는 세금은 지방세 포함 2,680만 원가량!


'나이스!'


단비 정도가 아니라 폭우경보 수준이다.

적자로 스트레스 가득할 상황에서 세금 환급은 얼마나 기분 좋은 소식일까?

거래처 대표님께서 기뻐하실 생각을 하며 핸드폰을 들었다.






전화기에서 연락처를 검색하던 중

기가 막힌 일처리라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잠시

스파이더맨의 '스파이더 센스'처럼 위험을 감지한 것일까? 심장이 두근 거린다.


스파이더 센서 발동


‘환급세액이 너무 크다..’


세금 환급은 국세청입장에서는 갑자기 '내 돈 내놔!'와 비슷한 상황으로

국고에 손실이 발생하기에 금액이 크면 클수록 내부적으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진다.


특히, 환급세액이 X,X00만 원 이상이면 세무서장 결제대상으로

환급세액이 발생하게 된 사실관계파악 및 소명 절차가 발생할 수 있다.


세무일을 하다 보면 세무서와의 관계에서 아무래도 을의 입장이 되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정리하는 보수적인 측면을 선호하게 된다.


사실 지금 환급을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손금(적자)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15년간 발생할 소득금액에서 순차적으로 차감이 가능하다.

따라서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절세효과는 동일하게 발생하기에 딱히 손해 보는 것도 아닌, 조삼모사의 상황이다.




이월결손금공제

당기 결손금은 차기 발생할 소득금액에서 15년간 공제가 가능하다 보니 (법인세법 제13조)

'중소기업 결손금 소급 공제'는 실무상 등한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말을 하지 말고 환급도 넘어갈까?'

'괜히 말 꺼냈다가 일이 커지면 안 되는데'

'믿고 맡겨주신 일인데 책임감 있게 일해야지'

'나중에 공제받을 수 있는데 따지고 보면 별 일 아니야' 등



세무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한 문제들과

일을 믿고 맡겨준 거래처와의 믿음사이에서

오전 내내 계속된 내적갈등은 어떠한 결정 내릴 수 없게 만들었다.


점심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말을 해야 하나, 마냐'  계속된 깊은 고민..

직원들과 커피타임에 조심히 입을 열었다.



“지금 이런저런 ~생략~ 상황이 있는데 거래처에 말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술술이 세무사님, 그런 상황에서는 '불편하더라도 옳은 길을 택하자'라고 결론 내지 않았었나요?”

촌철살인(寸鐵殺人)-급소를 찌르는 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과장님의 일침이 가해졌다.

그랬다.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지레 겁먹거나, 번거롭고 귀찮다고 피하면 반드시 더 큰 후회로 돌아오니

그런 경우는 정공법으로 헤쳐나가자고 여러 번 말했었다.


말은 쉽다고 막상 그 상황에 처하니 머리가 하얘지고 피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는데..

그동안 떠들어댄 '젤리같이 말랑했던 나의 다짐'이

직원들에게는 '무쇠같이 굳은 다짐'으로 잘 전달되었던 모양이다.



“그렇죠? 고맙습니다”



결정은 끝났다.






복귀한 사무실

더 이상에 망설임 없이 업체 대표님께 전화를 걸었고

내용을 전달받은 대표님은 며칠간의 고민 끝에 '환급신청은 하지 말자.'는 답변을 주셨다.


'세무사 임의판단'하에 환급신청을 하지 않은 것과

'대표님과 상의'하여 고민 끝에 환급신청을 하지 않은 것

두 가지 모두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모르게 넘어가는 것'과

'정보를 공유하여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의 업무 quality는 하늘과 땅 차이였을 것이다.



피하지 말자

도망치지 말자


성장은 항상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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