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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토 Aug 28. 2024

결심

리즈의 친구는 70살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가을이 무르익고 있었다. 산골에 살아서 좋은 점은 무엇보다도 계절의 변화를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길가의 나무들이 서서히  그 잎을 노랗게 빨갛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리즈는 산책을 하며 길에 떨어진 나뭇잎 중 눈에 띄는 것을 골라 책 사이에 가지런히 꽂아 놓는다. 나뭇잎들은 다리미로 다려놓은 듯 빳빳하게 마르기 시작한다. 처음의 고운 색이 살짝 바래지기는 하지만 가을을 느낄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아한다.  가을의 냄새는 대지의 냄새와 닮아있다. 흙냄새와 어우러져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계절의 냄새를 맡는다는 것이 조금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예민한 리즈는 변해가는 자연의 냄새를 맡으며 마음을 정화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을이 오는 풍경과 오두막의 생활은 고요하다. 별다를 것 없이 평화로운 일상이지만 가을이 깊어갈수록 주변의 환경이 화려하게 변하여 오두막을 더 동화스럽게 만들어준다.


산골에 트리시와 같이 산지 3개월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정도 많이 들었고 그들은 마음이 통하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서로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같이 있으면 든든한 친구 말이다. 리즈는 트리시보다 한참 어리다. 트리시는 70살이지만 리즈와는 잘 통한다. 속상한 얘기, 기쁜 얘기 등을 하며 서로의 마음을 더욱 이해해 주는 사이가 되었다. 이제 리즈는 트리시와 밥 먹는 것이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트리시가 무엇을 좋아할지 생각을 하며 밥과 반찬을 준비한다. 한국 음식으로. 물론 트리시는 아직 못 먹어본 한국 음식이 많지만, 리즈를 통해서 많은 한국음식을 배울 수 있었다. 된장국과 김밥 두부 요리등은 트리시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변변히 사 먹을 식당이 없는 산골에서 먹는 한국 음식은 아주 별미이다. 물론 트리시는 입이 짧아 많이 먹지는 못한다.

하지만 먹고 맛있는 음식은 기억을 하며 아들 루크에게 전화해 자랑을 하였다.



트리시의 전화를 받은 루크는 그 누구보다도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1년 동안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하며 산 적이 있다고 한다. 일본 음식을 아주 좋아하게 되었고 한국 음식도 가끔씩 사 먹으러 간다는 얘기도 들었다.  된장국과 밥과 반찬을 차려서 리즈와 트리시가 저녁밥을 먹는 후 트리시는 루크에게 전화한다.

트리시는 말한다

"루크, 오늘 저녁엔 된장국과 생선구이 그리고 게란 말이를 먹었어. 아참 김치도 먹었어 맵긴 매웠지만 아주 새콤하고 맛있더구나. 너는 혹시 이런 거 먹어봤니?

루크는 화들짝 놀라며 트리시에게 대답한다

" 엄마! 김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가끔씩 슈퍼마켓에 가서 사 먹기도 하는걸요."

트리시는 루크가 좋아한다니 신나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네가 김치를 좋아하다니 놀랍구나. 리즈는 김치를 집에서 담았다고 하더구나. 아주 신선했어. 너도 그 김치를 맛보면 참 좋을 텐데."

트리시는 얼마 전 루크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었다. 보고 싶은데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오지 않는 루크에게 단단히 화가 났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은 음식 이야기를 나누며 그런 서운한 감정을 싹 잊고 있었다. 더구나 바쁘다고 오지 못한다는 루크는 트리시가 먹은 음식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며 다음번에는 같이 먹고 싶다는 마음도 드러냈다.

루크는 트리시에게 말한다

"엄마 다음번에 리즈와 저녁 먹을 기회가 있으면 저도 함께하고 싶어요. 한국 음식이 먹고 싶기도 하고 리즈와 음식 이야기를 나누면 너무 즐거울 것 같아요"

트리시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아들 루크가 먼저 그녀의 집으로 오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간다

"루크 너무 반가운 이야기이구나. 내가 리즈에게 혹시 가능한지 물어볼게. 네가 좋아하는 요리들을 내가 좀 만들고 리즈가 음식을 조금 가져와서 나눠먹으면 좋을 듯싶구나. 리즈에게 물어보고 연락 주마. 몸 건강히 잘 지내고 있거라. "

루크도 기분이 좋아져서 재빠르게 대답한다

" 네 엄마. 자주 찾아가지 못해서 죄송해요. 다음 주 중으로 시간을 만들어볼게요."

트리시는 "그래 알겠어 연락 주마" 라며 재빨리 답한다

곧장 리즈의 집으로 향한 트리시는 기쁨에 가득 찬 얼굴로 루크와 통화한 내용을 리즈에게 전한다.

리즈는 그녀가 기뻐하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이렇게 답한다

" 어머 트리시 그거 너무 잘 되었어요. 저도 루크가 너무 만나고 싶었는데 같이 한국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할 생각에 너무 신이 나네요. 오 무슨 음식을 만들면 좋을까요? 생각만 해도 즐거워요."

트리시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리즈를 꼭 안아주었다.

리즈와 함께 나누는 음식으로 인해 그녀도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보고 싶던 아들 루크와도 유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주 중으로 이들은 만나서 밥을 먹기로 하였다.

같이 밥 먹는 사이 그것은 리즈와 트리시뿐이었던 산골 마을에 한 명의 친구가 더 늘어난 것이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상대여야 가능한 것이다. 물론 불편한 상대와 얻고자 하는 목표가 있을 때도 가능하긴 하지만 즐겁지는 않으니까 더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트리시가 기뻐하는 것을 보며 리즈는 생각한다.

아주 작은 리즈의 노력으로  트리시와 가끔 밥을 같이 먹은 것이지만 그녀의 삶에 조금씩 기쁨을 주기 시작했고 그것은 리즈에게도 기쁨이 되고 있었다.

다음 주 쉬는 날은 트리시와 어떤 음식을 만들어서 먹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리즈는 결심한다. 쉬는 날 별다를 일이 없다면 항상 트리시와  밥을 먹으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자고

어쩐지 트리시와 밥을 나누어 먹으면 더욱 맛이 좋았다.

새로운 음식을 소개해주는 즐거움도 있고 음식을 먹으면서 그 맛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도 재미있다.

함께 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특히 이렇게 외진 산골에서 살 때는 더욱 그렇다.

리즈는 루크와의 저녁식사가 어떨지 혼자 상상해 본다.

김치를 좋아하는 루크를 위해서 따로 병에 담아서 선물로 주리라

리즈는 말한다

"장을 보러 가야겠어"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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