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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토 Aug 26. 2024

외로운 트리시

작은 위로가 되었기를

헥터가 떠나간 후 우리의 날들은 조금도 특별한 것이 없는 듯 아주 평범하게 흘러갔다. 트리시는 어김없이 정원을 돌보는데 그녀의 시간 대부분을 보냈고 바비는 트리시 곁에서 무심한 듯 잠을 자거나 먼 산을 바라본다. 꼭 인생의 무상함을 알기나 하는 듯이 말이다. 바비는 때때로 먹을 것을 거부해서 트리시의 마음을 졸이게 만든다. 애정과 관심을 듬뿍 받으며 소심하고 조용하던 바비는 점점 활기를 되찾는다. 누군가에게 받는 사랑과 관심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모양이다.


리즈는 아침마다 창문을 통해 트리시의 아침풍경을 관찰한다. 창을 통해 트리시가 아침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누군가와 장시간의 통화를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트리시는 미간을 잔뜩 찡그린 체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화가 많이 난 듯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사람마다 인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간다. 모든 것이 행복하고 평안할 것 같은 트리시에게도 근심하는 대당시 있었다. 바로 두 아들들이다. 큰 아들은 루크이고 작은 아들은 보이드라고 한다.

두 아들의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주 만나고 싶고 잘 지내는지 궁금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같이 마음 아파하는 것이 엄마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트리시는  사랑하는 두 아들들과 가까이 살고 싶어서 지금의 산골 마을로 이사를 온다. 조금이라도 가까운 거리에 살고 싶었으니까.

이곳으로 오기 전에는 운전해서 10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에 떨어져 살고 있었지만 그리움이 점점 더 깊어져갔다. 그녀는 친구와 다른 형제자매들 보다도 두 아들과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한 것이었다.

아들들과 함께할 행복한 나날들을  생각하고 큰 결심을 한 트리시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아들들에게는 자신들의 배우자가 있었다.  엄마와 시간을 함께 하기에는 하는 일로 인해 바쁘고 자신들의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에도 부족하기만 했다.  트리시는 주말마다 아들들에게 전화를 하고 그녀의 집으로 오기를 바랐다.

함께 저녁이라도 먹을 수 있기를 바랐지만 번번이 오지 못한다는 대답을 듣던 그녀는 마침내 화가 났던 것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아무도 없는 이 산골 마을로 이사를 왔는데 찾아오는 이가 아무도 없다.

같이 밥을 먹어줄 식구가 없다. 단 한 명도.


리즈는 멀리서 트리시를 지켜보고 있었다. 무슨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 짐작이 갔다. 어떤 마음일지 알 것 같았다. 트리시와 밥을 먹고 싶어졌다.  잘 차려진 밥상이 아니어도 소박하더라도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나눠먹으면 좋을 것 같았다.  밥을 새로 짓고  단무지에 계란, 오이, 유부, 당근을 준비해서 그것들을 돌돌 말아 김밥을 만들 것이다. 갓 지은 밥에 참기름을 넣고 살살 버무려주니 고소한 향이 가득 올라왔다. 김밥은 만들 때마다 소풍 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설레기도 한다. 맛도 좋다. 김밥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만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음식을 소개해준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김밥을 접시에 예쁘게 썰어서 담았다. 빛깔이 참 곱다.

쟁반에 김밥 접시를 올리고 하얀 천으로 살짝 덮은 후 트리시의 집으로 향한다.

기운이 빠져 있는 트리시에게 리즈는 김밥이 든 쟁반을 건너주었다.

트리시가 물었다 " 리즈 이건 뭐니?"

리즈는 약간 긴장하며 말한다 " 김밥이라고 해요. 한국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인데 같이 나누고 싶어서 만들어봤어요"

그러면서 덮여있던 하얀 천을 걷었다.

트리시는 김밥을 보더니 알록달록 고운 빛깔에 놀라는 것 같았다.

아마도 처음 보는 음식인  듯했다.

그녀는 "리즈야 안으로 들어와. 안 그래도 허기가 느껴져서 뭐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고맙구나. 같이 먹어주겠니?"

리즈는 고개를 끄덕이며 트리시와 김밥을 나누어 먹었다.

트리시는 김밥 한 개를 먹어보더니 맛이 아주 좋다며 기뻐했다.

그렇게 함께 김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트리시와 리즈는 식구가 되었다. 같이 밥 먹는 사이.

함께 먹으니 더욱 맛이 좋았다.

이상하다. 리즈는 김밥을 만드는 일이 하나도 힘들지가 않았다.

트리시가 맛있게 먹어주었으니까.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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