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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토 Sep 02. 2024

크리스마스의 추억

먹고 노래하고 사랑하라

산골 마을의 해는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한여름이 되었다는 신호일 것이다. 계절은 빠르게 변하고 어느새 크리스마스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아들들의 빈자리로 기쁨을 상실한 트리시였지만 한국인들과 모여 크리스마스를 보낼 시간이 은근히 기대되는 눈치였다. 어쩌면 더 즐거울지도 모르겠다. 함께 음식을 만들고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또 마지막 음식 정리도 혼자가 아닌 모두가 나눠서 할 것이므로 부담이 덜 되는 것이다.


매년 트리시는 아들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에 모든 것을 혼자 준비했다. 집안 정리며 크리스마스 장식 그리고 음식과 잠자리 정리까지 모두가 그녀 혼자의 몫이었다. 그러한 일들도 그녀는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쁨이었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그런 것들은 트리시에게 전혀 힘든 일이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큰아들 루크와 보이드는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서로 마주하는 자리를 피하게 되었다. 이번 크리스마스도 서로가 만나고 싶지 않아서 각자의 핑계를 대었는데 결국은 둘 다 오지 않는다는 결론이 난 것이었다. 트리시는 아들들이 바빠서 오지 않는 것 보다도 더 이상 서로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리즈와 트리시는 크리스마스 만찬에 필요한 음식들을 함께 의논하기로 했다. 트리시는 매년 그녀가 만들었던 음식들을 리즈에게 맛 보여주고 싶어 했다. 자두 소스를 곁들인 오리구이, 구운 감자와 당근요리, 콩과 여러 야채를 곁들인 샐러드 그리고 크리스마스 초콜릿 케이크와 파블로바 ( 머랭에 여러 가지 베리류를 섞어 크림과 함께 마무리하는 디저트) 등이다. 리즈는 크리스마스 음식을 따로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칠면조 고기를 많이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식탁 위에 커다란 칠면조 요리가 있으면 근사할 것 같아서  우선 칠면조 요리를 준비하기로 하였고, 메쉬드 포테이토와  빵과 디저트에 곁들일 아이스크림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함께 만찬에 참석할 리즈의 친구들은 연어 샐러드, 새우 샐러드, 그리고 치즈를 준비하기로 했다. 이 모든 음식들이 차려진다면 너무나 근사할 것이다. 생애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만찬이라니 너무나 뜻깊은 날이 될 것이었다.



트리시도 모든 음식들이 좋다고 하였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친구들이 리즈의 집에 도착하였다. 밤에 도착했으므로 트리시와의 인사는 다음날로 미루기로 하였다. 그들은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잠이 들었다. 친구들도 모두 신이 나있었다. 각자 준비해 온 음식들을 냉장고에 보관하고 또한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제일 좋은 옷들을 준비해서 왔기 때문에 파티하는 기분이 들었다. 리즈는 크리스마스 당일에 레스토랑에 나가 점심 서비스를 해야 했으므로 친구들에게 칠면조 구이를 부탁하고 일터로 향한다. 그 요리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오븐에 넣어 요리를 시작해야 했다.  친구들은 처음 해보는 칠면조 요리에 신이 나있었다. 서로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어댔고 그들이 준비해야 할 각종 샐러드도 준비했다.


일터에서 돌아온 리즈는 우선 메쉬드 포테이토를 하기 위해 감자를 오븐에 넣고는 크리스마스 단장을 하기 시작했다. 샤워를 하고 화장을 하고는  빵을 오븐에 집어넣고 다 익은 감자들은 꺼내어 껍질을 벗기고 으깨고는 그것들을 다시 냄비에 담고 크림과 버터를 넣고 계속 저었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또 저었다.  부드러운 메쉬도 포테이토가 완성되었다. 빵도 오븐에서 잘 구워지고 있다. 친구들이 미리 요리해 놓은 칠면조를 살폈다. 속까지 잘 익어있었다. 있다가 만찬 전에 잠시 오븐에 넣어 따뜻하게 덥히면 될 것이다. 칠면조는 일반적으로 그레이비와 함께 먹기 때문에 그레이비도 만들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해야 할 요리는 모두 준비가 되어있었다.

준수, 이정, 새롬은 모두 옷을 갈아입고 머리도 모양을 다듬었다. 모두들 근사해 보였다. 준비가 마친 리즈와 친구들은 우선 트리시의 집으로 향한다.



모두 트리시의 집에 들어섰다. 트리시는 바쁘게 소스를 만들고 있었고 오븐에는 초콜릿 케이크 와 감자와 당근이 요리되고 있었다. 그녀와 리즈의 친구들은 처음 만나서 반갑다며 인사를 나누었다. 친구들은 잘 꾸며진 트리시의 집을 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너무나 크리스마스스러웠다. 식탁은 이미 접시와 포크 그리고 와인잔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크리스마스용 종이왕관 꾸러미가 놓여 있었다. 왕관은 모두 다른 색깔이었다.


크리스마스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밖은 어둑어둑 해지고 있다. 리즈와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가 준비한 음식들은 나르기 시작했다. 우선 리즈는 칠면조 요리한 것을 트리시의 오븐에 넣고 데우기 시작했고 소스와 메쉬드 포테이토는 가스레인지 위에서 데우고 있다. 친구들은 준비한 샐러드와 치즈를 보기 좋게 접시에 각각 담았다. 트리시는 준비한 오리구이를 부위별로 나누기 시작했다. 가슴살과 다리살 그리고 나머지 부분들을 먹기 좋게 썰어서 접시에 올리고는 자두 소스는 옆에 따로 놓았다. 그녀가 준비한 구운 야채들도 그 옆에 먹음직스럽게 놓였다. 리즈는 빵을 썰었고 칠면조 구이가 속까지 따뜻한지 확인했다. 칠면조를 오븐에서 꺼내었고 트리시가 그것들을 먹기 좋게 접시에 담아 주었다. 디저트를 뺀 모든 것들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니 근사했다.

준수는 놓칠 수 없다며 비디오를 찍기 시작했고 트리시는 자기 얼굴은 늙어서 찍지 말라고 손을 내저었다.

트리시는 해바라기 무늬가 있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화장은 곱게 하였고 생동감이 넘쳐 보였다. 여전히 카메라는 어색한 모양이다.


모든 요리가 준비되었다. 함께 모여서 이 모든 음식을 준비했고 잘 차려진 모양새를 보니 모두 뿌듯함을 느꼈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따라 부르면서 각자 접시에 먹고 싶은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조금씩 모두 맛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식탁에 앉은 모두는 와인잔에 화이트 와인을 따르고 건배를 하였다.  와인을 모두 한 모금씩 마셔보았다. 맛있다.

트리시는 각자 접시 옆에 있는 왕관 꾸러미를 열어보라고 했다. 각자 다른 왕관을 꺼내어 쓰고는 다시 한번 건배를 하였다 ' 메리 크리스마스'

식사는 더할 나위 없이 맛이 좋았다. 여럿이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모두들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면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트리시도 즐거워 보였다.

음식을 나누며 모두는 마음을 활짝 열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노래하고 그렇게 우리 모두는 마음속의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식사가 끝난 후 트리시의 디저트를 맛볼 차례가 되었다.  알록달록 베리로 장식된 파블로바는 냉장고에서 꺼냈고 초콜릿 케이크는 롤케이크로 각자 조금씩 썰어서 먹으면 되었다. 우선 파블로바를 커다란 숟가락으로 떠서 접시에 담았다. 그 옆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이고 롤케이크도 한 조각 올려본다. 트리시는 차를 준비해 주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고 즐거웠다. 트리시는 참석한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리즈와 리즈 친구들 덕분에 오늘 아주 많이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어서 고마워요. 준비한 음식들도 완벽했고 더할 수 없이 훌륭한 크리스마스 파티였어요. 내 생애 가장 유쾌하고 많이 웃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였어. 사실 가족들과 모여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면 마지막은 항상 언쟁으로 마음이 불편해지곤 했는데 오늘은 행복하기만 하네요. 모두들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 리즈 고맙다."

리즈는 미소 지었다. 마음이 찡했다.

트리시의 말에 대답했다

"트리시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때때로 인생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트리시의 위로들이 너무나 위안이 되었어요. 항상 챙겨주시고 옆에서 든든하게 있어주셔서 감사해요. 생물학적으로 엄마는 아니지만 트리시가 나의 또 다 거른 엄마 같다고 느끼고 살고 있어요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요. 항상 건강하시고 마음 아파하지 않고 사셨으면 좋겠어요. 사랑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트리시는 일어나서 리즈에게 왔고 꼭 안아주었다.

리즈는 트리시가 이렇게 건강하고 씩씩하게 리즈의 옆에서 계신 것만으로 너무나 힘이 되었다.

앞으로도 그녀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크리스마스의 밤은 깊어갔다.

참석한 모두의 마음속에 좋은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선물 받았다.

앞으로도 꺼내어 보면 행복한 기억.

그 기억으로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리즈는 바라본다.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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