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는 게임을 논하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야 성공적인 유세를 할 수 있다.” – 『상군열전』
위나라의 재상 공숙좌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가신 공손앙 즉 상앙은 진나라 효공이 전국에 어진 이를 찾는다는 포고령을 듣고 진나라로 들어가 효공이 아끼는 신하 경감을 통해 효공을 만나게 되었다.
효공과 상앙을 만나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대해 매우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효공은 때때로 졸며 잘 듣지 않았다. 상앙이 물러 나오자 효공은 경감에게 화를 내며 상왕은 과대망상에 빠진 사람이라 임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감이 상앙을 꾸짖자 상앙은 이렇게 말했다.
“제가 효공에게 제도를 말씀드렸는데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신 모양이군요.” 그러면서 닷새 뒤에 한 번 더 효공을 뵐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상앙은 다시 만나 효공을 만나 더 열심히 말했지만, 마음을 완전히 얻지는 못했다. 그리고 한 번 더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상앙은 세 번째 효공을 만나게 되었다 효공은 그를 좀 더 좋게 평가하기는 했지만 등용하지는 않았다. 상앙이 물러가자 효공은 경감에게 상앙이 괜찮은 사람이며, 그와 더불어 이야기 할 만하다고 했다. 이 말은 전해 들은 상앙은 이렇게 말했다.
“제가 효공에게 오패가 나라를 다스린 병법을 설명해 드렸는데 이것을 쓸만하다고 생각하셨군요. 그러면 꼭 한 번만 더 뵙도록 해 주십시오. 이제 저는 공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습니다.”
다시 만난 상앙과 효공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효공은 상앙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무릎이 상앙 앞으로 나오는 것도 알지 못할 정도로 이야기에 빠지게 되었다. 효공은 상앙과 여러 말을 주고받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이를 본 경감이 상앙에게 어떻게 왕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상앙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첫 번째, 두 번째는 삼황오제의 도를 실행하면 하은주 삼대에 견줄만한 태평성대를 누릴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효공께서는 ‘나는 너무나 길고 멀어서 기다릴 수 없소. 그리고 어진 군주는 자기가 자리에 있을 때 세상에 이름을 나타내오. 어찌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뒤에 왕의 사업을 이루기를 기다릴 수 있겠소?’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방법을 공께 말씀드렸더니 공께서 기뻐하신 것뿐입니다.”
결국 상앙은 세 번째 만에 왕이 관심 있어하는 부분을 간파하고 이에 대한 이야기로 왕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재미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개발자 간에도 마치 종교나 정치 이야기처럼 상대방의 생각을 반박하지 않고 묵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성공하는 게임들은 자신의 재미에 대한 철학을 설득력 있게 다른 사람에게 어필했다. 만약, 못한다면 개발하는 게임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른 개발자나 유관부서에서 의견을 줄 때는 각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중요한 재미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개발 리더 즉 PM이나 PD는 좀 더 귀를 기울이고 재미의 철학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야 한다. 만약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없다면 깊이 고민하고, 재미 포인트를 개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게임 개발에서 번번이 오류를 범한다. 많은 예가 있겠지만, 가장 흔한 실수는 개발자가 의미 없는 아류 작을 만드는 실수가 그러하다. 정말 따라 하려면 영혼까지 분석해서 따라 만들던가 아니면, 자기의 재미 철학에 맞게 변형해서 개발해야 한다.
개발자 전부가 재미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게임을 개발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개발 리더가 확고한 재미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
위 사기 사례를 빗대면 왕은, 유저라 할 수 있고, 상앙은 개발을 리드해 가는 개발자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 상앙의 노력뿐만 아니라, 내가 관심 있고 주장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시대가 원하는 부분과 다르다면 시대가 원하는 부분을 이해하고 맞추어야 그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게임 개발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추구하는 재미 방향도 중요하지만, 시대가 원하는 재미 부분을 이해하고 개발해야만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내가 재미있다고 다른 사람도 재미있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미의 철학을 확실히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미에 대한 철학을 시대의 흐름에 맞추는 것도 개발자의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