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는 게임을 논하다.
“사람이 잘나고 못남은 자기 위치에 달려있다. – 『이사열전』
이사(李斯)라는 인물은 권모술수로 출세를 쫓다, 결국 사지가 찢어져 죽은 비극적 인물이다.
이사는 초(楚)나라 하급관리 출신이었다. 하루는 관청의 변소를 드나들다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관청의 큰 곡식창고에 있는 쥐들은 사람을 멀거니 보고서도 도무지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고 여유를 부리는데, 변소에 살며 더러운 것을 먹고사는 쥐들은 개나 사람의 기척만 나도 혼비백산하여 도망간다. 사람이 잘나고 못났다고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이런 쥐와 같아서 자신이 처해 잇는 환경에 달렸을 뿐이구나.”
그는 초라한 하급관리를 때려치운 후 순경(荀卿)에게 갔다. 그는 거기서 천하를 다스리는 제왕(帝王)의 기술을 배웠다. 이후 초나라에서 진나라로 건너가 여불위(呂不韋)의 수행원으로 발탁되고 여불위의 인정을 받아 진나라 왕에게 유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진나라를 통일 제국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 되었다.
‘사람이 잘나고 못난 것은 환경과 위치일 뿐이다.’라는 것은 단순한 진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게임 개발자들은 현재의 환경과 위치를 고려하지 않고 큰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간혹 있다.
A급 게임 개발사의 환경과 위치에 있지도 못하면서 스스로 A급 개발자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A급 개발사에 있는 개발자가 모두 A급 개발자라고 말할 수 없고, B급 회사에 B급 개발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사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환경과 위치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교훈이다.
B급 개발회사에서 일하면서 A급 개발자라고 주장하고 어필하느라 시간을 소비하지 말고, 자기가 속한 게임 개발 회사를 A급으로 만들던가 아니면 A급 개발회사에 들어가던가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A급 회사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B급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A급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A급으로 갈 수 없다.
결국 이사는 결국 사지가 찢어져 죽었다. 권모술수로 출세를 쫓았기 때문이다.
A급이 되기 위한 과정은 성공하는 게임들과 실패하는 게임들이 경험으로 쌓이고, 포스트모템을 통해 교훈을 얻어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간혹, 실패한 게임을 성공으로 포장하거나, 자기가 맡은 역할을 확대하거나 하는 언행은 동료들에게 금방 B급이라는 것이 탈로 난다.
처음부터 A급 회사로 들어가서 A급(?) 개발자로 시작한다면 큰 복이다. 그러나 대다수는 B급 개발사에서 개발자로 시작한다. 어느 자리에서 시작하든 진정성 있는 노력과 결과가 필요하다. 그리고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스스로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근성이 필요하다.
나도 환경만 탓하고, 핑곗거리만 찾지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