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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는 것이 항상 옳지는 않다.”

망하는 게임을 논하다.

by 정원철

알고 있는 것이 항상 옳지는 않다.” – 『소동파(蘇東坡) 왕안석(王安石) 일화』


북송 시대 때 유명한 문인인 소동파는 천재적인 재능이 넘쳤고, 최고의 권력가인 왕안석 또한 재능과 학문이 뛰어났다. 하지만 왕안석과 소동파는 항상 정견(政見)이 달라 항상 대립했다. 왕안석은 눈엣가시였던 소동파를 지방 관리로 보냈다.

지방에서의 임기를 마치고 궁으로 돌아온 소동파는 왕안석을 배알 한 후, 서고에 들러 책을 보던 중에 왕안석의 필적으로 쓰인 시를 보게 되었다.

“西風昨夜過園林, 吹落黃花滿金地.” (지난밤 서풍이 화원을 휩쓸어지나가더니, 국화꽃을 모두 떨어 뜨려 땅바닥에 황금을 깔아 놓은 듯 하구나)


소동파는 이런 왕안석의 시를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유는 왕안석이 상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동파는 이렇게 알고 있었다. ‘국화는 가을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더라도 국화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즉시 붓을 들고 다음과 같은 두 구절의 시를 첨부시켰다.

“秋花不比春花落, 說與詩人仔細吟.” (가을에 피는 꽃은 봄에 피는 꽃과 달라서 바람이 불어와도 잘 떨어지지 않고, 시인들에게 말하노니 시를 읊을 때 주도 면밀하게 주의하십시오)


왕안석은 소동파의 필체임을 알고 이를 괘씸히 여겼다. 얼마 후 소동파를 황주(黃州)의 지방관리로 보내면서 이렇게 말한다.

“시간이 많을 테니 경험을 쌓고 학문을 더 넓히는 기회가 될 것이요!”

원래 박학다식한 소동파는 기분이 몹시 나빴지만 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소동파는 황주로 내려갔고, 정혜원이라는 절의 주지가 보내준 국화 씨를 뒤뜰에 심었다. 그 해 가을이 되고 국화꽃이 만발한 것을 보고 감상했다. 그리고 다음 날 국화를 보기 위해 다시 뒤뜰로 갔다. 소동파는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고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국화꽃은 어느새 땅바닥에 떨어져 국화꽃 가지에는 꽃 한 송이 없고 뒤뜰이 황금으로 포장해 놓은 듯한 풍경을 본 것이다.


소동파는 말했다. “과연 세상에는 왕안석이 말한 그런 국화꽃도 있구나!”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중요한 교훈을 남기는 일화다.


어느 영역이듯 비슷하겠지만, 특히 게임 개발 영역은 내가 경험한 것만이 정답이라는 일방적인 편견을 가지고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좋은 경험을 가진 게임 개발 경험은 게임을 성공으로 이끌 수도 있지만, 편향된 경험으로 인해 게임 개발 결과가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개발 리더의 성향에 따른 게임 개발은 필요하지만 편견이나 독선보다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게임의 핵심 재미를 잘 살려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어느 정도 성향에 따른 게임 개발은 인정하지만 생각이 다른 의견을 배척하거나, 내가 모르는 것은 틀렸다는 인식은 리더의 자질이 없다.


소동파의 편견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왕안석의 센스는 참으로 멋진 모습이었다. 당신이 리더라면 이런 센스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이게 될 것이다.


또한, 현재 개발 중인 게임이 이러한 오류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 항상 점검해야 한다. 필자가 경험한 정말 좋은 방법은 열린 개발이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각 의견에 대한 명확한 거절 사유를 통해서, 편향된 개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열린 개발에 대해서 자세히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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