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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을 따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망하는 게임을 논하다.

by 정원철

옛것을 따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 『상군열전』


진나라 효공은 상앙 즉, 위앙을 등용했지만, 위앙이 기존의 법을 바꾸려고 하자 세상 사람들이 자기를 비방할까 봐 매우 걱정이 되었다. 이에 위앙은 이렇게 말했다.

“의심스러워하면서 행동하면 공명이 따르지 않고, 의심스러워하면서 사업을 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행동을 하는 자는 원래 세상 사람들에게 오만하다는 비판을 듣게 마련입니다. 어리석은 자는 이미 이루어진 일도 모르지만 지혜로운 자는 일이 시작되기 전에 압니다. 백성은 일을 시작할 때에는 더불어 상의할 수 없으나 일이 성공하면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가장 높은 덕을 강구하는 자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며, 큰 공을 이루는 자는 뭇사람과 상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성인은 나라를 강하게 할 수 있으면 구태여 옛 것을 본뜨지 아니하며, 백성을 이롭게 할 수 있으면, 옛 것을 쫓지 않습니다.”

효공은 이에 대해 옳다고 하였으나, 신하 감룡과 두식은 이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옳지 않습니다. 성인은 백성의 풍속을 고치지 않고 교화시키며, 지혜로운 자는 법을 고치지 않고 다스립니다. 백성의 풍속에 따라서 교화시키면 애쓰지 않고도 공을 이룰 수 있고,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에 따라 다스리면 관리도 익숙하고 백성도 편안할 것입니다. 또한 백배의 이로움이 없으면 법을 고쳐서는 안 되며, 열 배의 효과가 없으면 그릇을 바꿔서는 안 됩니다. 옛 것을 본받으면 허물이 없고 예법을 따르면 사악함이 없습니다.”

이를 듣고 위앙이 말했다.

“이는 속된 생각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예 풍속에 안주하고 학자들은 자기가 배운 것만 몰두합니다. 이 두 부류의 사람은 관직에 있으면서 법을 지키게 할 수는 있지만 법 이외의 문제를 더불어 논의할 수는 없습니다. 하, 은, 주 삼대는 예악 제도가 서로 다르지만 천하에서 왕 노릇을 하였고 오백 즉 춘추오패는 종법제도가 서로 다르지만 모두 천하의 우두머리가 되었습니다. 지혜로운 자는 법을 만들고, 어리석은 자는 예법의 통제를 받으며, 현명한 자는 법을 고치고, 평범한 자는 예법에 얽매입니다. 세상을 다스리는 데는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 나라에 편하면 옛날 법을 본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은나라 탕왕과 주나라 무왕은 옛 법을 따르지 않았지만 제왕의 일을 이루었고, 하나라 걸왕과 은나라 주왕은 옛 법을 바꾸지 않았지만 멸망했습니다. 옛날 법을 반대한다고 해서 비난할 것도 아니고 옛날 옛 법을 따른다고 하여 칭찬할 것도 못 됩니다.”

효공은 이내 위앙을 좌서장으로 삼고 옛 법을 바꾸어 새로운 법을 정하도록 했다.


상앙이 법을 재정하였지만 아무도 그 법의 시행에 대해 믿으려 들지 않았다. 그러자 상앙은 큰 마루를 저잣거리에 세워두고, 모인 백성들에게 이것을 북문으로 옮기는 자는 50금을 주겠노라 약속하였으나 아무도 그를 믿지 않고 옮기지 않았다. 어느 한 백성이 용기를 내어 이를 옮기자 상앙은 즉시 50금을 주었다. 그러자 백성들은 법을 믿게 되었고 상앙의 정책은 일사천리로 시행되었다.


온라인 게임(MMORPG)을 보면, 성장을 통해서 게임을 즐거움을 갖는 형태의 게임이 많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노가다를 통해서 특정 레벨에 도달해야만, 재미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게 설계를 하곤 했었다.


이러한 방식을 고수하는 개발 리더나 기획자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방식의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고자 할 때, 감룡과 두지처럼 전통적인 방식이 옳다고 주장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지 않으려 하는 경우가 있다.


한 가지 예로, 온라인게임을 만들 때, 게이머가 플레이를 할 때, 재미요소를 점진적으로 시간이 지나서야 느낄 수 있는 방식을 선호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재미요소를 중반이나 후반에 배치하는 방법을 잘 따르지 않는다.


예전에는 즐길수 있는 게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고,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이러한 이유로, 게임의 핵심 콘텐츠를 후반에 배치하는 것은 게임이 망하게 하는 지름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게이머가 플레이를 즐기는 1시간 안에 재미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설계하는 게 필요하다.


만약 그게 어렵다면, 로딩 시 이미지나, 동영상을 통해 재미요소를 유저가 쉽게 알 수 있도록 나타내야 한다. 되도록이면 직접 저랩이지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시키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사기 사례는 그 당시 파격적인 법을 만들어 개혁을 꾀하는 변법 즉 사회개혁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제도를 통해 전국시대의 전제주의적 국가를 만들었다. 결국 게임을 개발할 때도 게임을 큰 나라로 생각했을 때, 전통적이면서 일반적인 방식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개혁적인 방법을 추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번 사기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좀 더 혁신적인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게임에 투자한 시간이 길면 길수록 재미를 느껴야 하는 것 은 당연한 것인데. 요즘같이 경쟁이 치열하면 좀 더 자기 게임의 게임성을 알리기 위해서 초반에 핵심 재미를 제공해야 한다.


사기를 빗 데어 말하면 상앙이란 인물은 핵심 재미의 70%를 앞으로 배치하자고 주장하는 것이고 감룡과 두지는 보편적인고 일반적으로 게임들이 플레이하면서 점진적으로 중후반에 핵심 재미를 줄 것을 주장하는 것으로 비교할 수 있다.


정답은 없지만, 시대에 맞는 올바른 선택이 필요하다.

상앙.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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