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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으로 얻은 명성은 물거품 같다.

망하는 게임을 논하다.

by 정원철

“거짓으로 얻은 명성은 물거품 같다.” – 『여불위 열전』


진시황의 태후는 음란하여 여불위(呂不韋)와 정을 통했다. 진시황이 장년이 되었으나, 태후의 이러한 행동은 그치지 않았다. 여불위는 행동이 발각되어 본인에게 해가 미칠까 두려워했다.

이에 자신을 대신할 노애라는 사람을 수행원으로 삼아, 태후가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소문을 퍼뜨렸다. 태후가 관심을 갖자, 여불위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을 해친다는 명목 하에, 노애의 목을 치겠다고 했다. 태후가 이를 반대하자, 여불위는 허위로 형벌을 내리는 척하고 태후의 수행원으로 만들어 준다.

태후는 사사로이 노애와 정을 통하고 아이까지 갖게 된다. 또한 노애에게 많은 상을 내렸으며, 모든 일을 노애가 처리하도록 했다. 노애의 수행원이 된 자도 천명이나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사람이 노애와 태후의 비밀을 폭로하게 된다. 아이 둘을 낳아 숨겨두고 사사로이 정을 통하고 있으며, 그의 아들을 통해 진시황의 뒤를 잇게 하려 한다고 고발을 한 것이다.

진시황은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여불위도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결국 태후와 노애는 두려워 진시황을 죽이려 한다. 하지만 이에 실패하였고, 진시황은 노애의 삼족을 멸하고 태후는 옹땅으로 내쫓았다. 여불위 또한 처벌하려 했으나, 많은 이가 그를 변호하여 차마 법대로 처벌할 수 없었다. 따라서 관직을 박탈하고, 하남으로 내쫓았다.

하지만, 진시황의 의심이 계속되자 죽음을 당할까 두려워 독주를 마시고 죽었다.


여불위는 태후를 중심으로 얻은 권력과 재산을 이용하여 부귀한 삶을 누릴 수 있었지만 그게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오래 누릴 수 없었다.


게임 개발 조직에서도 이러한 정치적인 성향이 있는 개발자를 종종 볼 수 있다. 어느 조직이든 정치가 없는 곳은 없겠지만, 재미를 창조하는 게임 개발 회사에서는 지극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개발 리더들의 넘치는 의욕과 욕심 때문에 회사를 속이거나 동료를 이용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되는 원인을 찾아보면, 개발 조직의 잘못을 숨기려 할 때, 그리고 실력은 안되는데 자기를 과대 포장하려 할 때, 가장 많이 한다.


정치도 좋은 정치와 나쁜 정치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는데 필자가 경험한 나쁜 정치에 예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개발회사에는 여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유관부서들도 담당 개발 프로젝트가 정해진다. 그리고 성공적인 게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간다. 회사에서는 주기적인 프로젝트 진행사항을 체크하고 유관부서의 피드백을 받아 평가하고 보안/수정사항들을 체크한다. 더 나아가 프로젝트의 진행 여부도 결정한다.


개발사에서는 정말 중요한 자리인데 아까 말한 개발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거나, 과대 포장했을 경우에 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 리더가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자기 프로젝트의 부정적 결과를 긍정적으로 바꿔달라고 유관부서를 매수하거나, 개발도 안된 시스템이나 기능을 완료했다고 허위로 발표하는 행위였다. 개발팀 당사자들만 현실을 아는 거고, 개발 코드를 확인할 수 없는 경영자나 유관부서는 완성도를 전혀 알 수 없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딱 좋은 조직이 품질보증(qa) 조직이다. 품질보증팀은 간단히 말해 개발 기획 대비 얼마나 완성도를 달성했는지 테스트하고 평가하는 조직이다. 개발팀 입장에서 이 조직만 잘 단속하면 거짓은 들통나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 딱 좋은 팀이다. 결국, 이 개발팀이 만든 게임은 실패했다.

게임 품질보증팀은 개발사에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기반을 잘 마련해 주어야 한다.

또한 개발팀이 자기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 합리화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행동은 여불위와 노애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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