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가을방학은 어제 오후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반나절을 DAY 1으로 넘기기엔 너무나 아쉬워서 진정한 하루를 쉴 수 있는 오늘부터 방학을 세아리기로 했다.
나는 아침잠이 많은 편이다. 이 습관은 아주 어릴적부터 시작되었다. 늦게 자는 편이 아니었던 8살에도 나는 늘 아침에 일어나질 못했다. 그때부터 아침밥을 거르고 학교를 가기 시작했다. 벌써 40년 가까이 아침밥을 먹지 않기에 지금도 여행지에서 호텔 조식을 먹지 않는 이상 아침을 거의 먹지 않는다. 아무래도 여행지에서는 이미 밥값을 지불하였기에 그리고 나에게 조식은 여행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기 때문에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조식을 가능하면 챙겨먹는 편이다. 물론 아주 늦게 일어나 느즈막히 식당에 들어가서는 늦게까지 책을 읽으며 밥을 먹는다.
초등학교때부터 아침 조회 시간에 거의 맞춰 등교를 했던 나는 혼자 살게 되면서 부터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알람을 5분 10분 단위로 여러개를 맞춰 놓고서야 밤에 간신히 잠을 잘 수 있었고 미국에 실험하러 다니던 대학원 시절에는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위해 차라리 밤을 새는 것을 선택했었다. 이렇게나 일찍 일어나는게 힘든 나기에 볕이 아주 강하게 드는 동향집에 살면서 침실 커튼을 암막커튼으로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반은 암막커튼을 치지 않고 잔다. 아침해가 너무 강렬하게 들어오면 아무리 늦게 잤더라도 눈이 떠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가을방학의 시작과 함께 나는 암막커튼을 완벽하게 치고 잠이 들었다. 기절한듯이 잠을 잔 것 같다. 나에게 있어 가장 완벽한 수면시간인 7시간 30분을 깨지않고 자고 나서야 눈이 떠졌다. 가을방학을 시작하기 전 원대한 목표와 계획들이 있었다. 가을방학이 절실했던 시간 이전의 나는 축 쳐지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나가서 걷고 뛰었다. 그리고 나를 위해 따뜻한 한끼를 만들었다. 책을 읽었고 일찍 잠이 들었다. 힘들게 만들었던 나의 루틴이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었다.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던 힘을 다시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늦게 잠이 들었고 느즈막히 일어났다. 계획이 틀어져도 좋았다. 얼마만에 새벽에 깨지 않고 잠을 쭉 잘 수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진정한 가을방학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