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곱게 자란 그녀들이 사귀고 싶은 남자 3가지 특징>에 이어, 이번엔 남자편을 써보고 싶었다.
곱게 자란 아들내미인 남편에게 자문을 구했다. 아래는 대화 내용이다.
나: 여보, 곱게 자란 남자들은 어떤 여자를 좋아해?
남편: 음. 예쁜 여자?
(잠시 정적)
나: 아... 아니. 그런 거 말고. 곱게 자란 남자들만의 이상형 같은 거 없어? 내가 여자편에 쓴 것처럼, 뭐 바른 사람이어야 한다던가, 센스가 있어야 한다던가...
남편: 딱히 그런 건 없는 것 같은데. 그냥 예쁘면 되지. 다른 건 안 바래.
'역시 남자들이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글쓰기는 실패인가 하는 생각이 들 무렵,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남편: 아! 근데, 곱게 자란 남자들이 피하고 싶은 여자는 있어. 어떤 스타일이냐면...
남편의 얘기를 좀 더 듣고, 내 주변도 생각해보고, 맞다 맞아하면서 눈이 번쩍 트였다. 흥미로운 이 내용을 얼른 글로 옮기고 싶어서, 바로 노트북을 켰다.
단정한 외모,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부모님 밑에서 귀하게 자란 느낌, 예의 바르고 성실한 모습, 사회성이 좋거나, 마음이 넓고 다정하거나, 센스 있는 남자.
세상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곱게 자란 남자들이 있지만, 이들이 피하고 싶은 여자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있다. 만약 당신이 관심 있는 그가 이런 스타일이라면, 아래 내용들을 참고해보자.
1. 나를 등쳐먹는 여자
'너무 심한 표현인가?' 하고 잠시 생각했지만, 집까지 얻어달라는 여자에 관한 얘기라, 이 정도 제목은 써도 될 것 같다.
모태솔로였던 강남 키즈 A군은 군 제대 후, 같은 대학생이었던 그녀에게 푹 빠졌다. 그는 그녀와 간간히 주말 데이트도 하고, 백화점에서 그녀가 원하는 명품 스카프도 선물해줬다. 결국 고백에 성공하여 그녀와 사귀게 된 A군.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것도 잠시, 그는 지옥의 연애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A군을 시험하듯 아무 때나 그에게 전화해 차로 데리러 오라고 지시했고, 자취방에 장을 봐오라고 시켰으며, 고가의 선물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심지어 자취방을 뺄 때가 되었다며 A군에게 학교 근처에 방을 얻어서 같이 쓰면 어떠냐고 묻기까지 했다. 학교가 서울이라 굳이 그럴 이유가 없는 A군이 진지하게 이걸 고민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기가 찼다.
다행히 집을 얻지는 않았지만, 그 후 둘은 헤어졌다. 마지막으로 들은 바에 따르면, 그녀는 친구들이 졸라서 어쩔 수 없다며 A군의 반대에도 수차례 클럽에 놀러 갔고, 그 모습에 질린 A군이 이별을 먼저 고하기도 전에 그를 먼저 차 버렸다고 한다.
곱게 자란 남자들 중 눈치 빠르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남자들도 이런 일을 겪지만, 다소 숙맥 같은 아들내미들이 유독 이런 일을 많이 겪는다. 상대한테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은 걸 털리면서도, 가끔 그녀들이 주는 관심에 '나를 사랑해주는 건가?' 싶어 퍼주고, 또 퍼준다. 하지만 정작 그녀들은 사랑을 주지 않고 있으며, 이 사실을 깨달은 후에는 본인만 만신창이가 되어있을 뿐이다.
2. 나한테만 너무 의존하는 여자
앞에 다룬 특징의 여자들은 상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 유형의 여자들은 오히려 상대를 넘치게 사랑하는 듯하다. 특히 곱게 자란 아들내미가 주는 호의와 선물에 큰 리액션과 충분한 감사 표시를 하는 그녀들이기에, 그들로 하여금 '아, 이 여자만큼은 내 배경과는 상관없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연애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녀들의 사랑은 쉽게 서운함으로 바뀐다. 아침/점심/저녁으로 꼬박꼬박 연락하고, 주말마다 데이트하고, 밤새 통화하며 상대방이 오늘 하루 힘들었던 이유도 경청하는데, 조금만 답이 늦거나 원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그녀들은 급격히 우울해한다.
타고난 성실함과 인품으로 조직에 잘 적응 중인 B 씨. 직장 생활 관련 고민이 있어서, 2차 회식이 끝나고 팀장님과 따로 남아 둘이 3차 회식을 하고 있었다. 신혼이긴 하지만, 모처럼 상급자와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자신의 마음을 아내는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온 카톡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회식을 꼭 해야 해? 퇴근했는데도 일하네 ㅠㅠ'
'(밥과 밑반찬 사진) 이거 봐봐. 나 저녁 대충 먹었어 ㅠㅠ 불쌍하징'
'나 아직 안 자고 있어. 기다릴 테니까 얼른 들어와...'
'아직도 회식 중? 정말 너무한 거 아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내의 그라데이션 분노가 느껴지자, 집에 들어가서 사과하고 달랠 생각에 벌써 피곤해지는 그. 차라리 그녀가 나 없이도 알아서 맛있는 저녁을 시켜 먹고, 푹 자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였다.
곱게 자란 남자들은 가정교육을 잘 받아, 다정하고 매너 있는 경우가 많다. 여자를 울리거나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그들에게, 이런 식의 의존을 달래는 일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애칭은 '애기'일지라도, 정말 내가 다 해줘야 하는 '애기'를 만나고 싶은 건 아닐 테니까 말이다.
결국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베풀 일이 많은 것 같다. 내 주변의 곱게 자란 남자들은 베풀기를 좋아하고, 상대방이 그것에 감사할 때 뿌듯해하는 착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 고마운 사람들을 등쳐먹거나, 의존하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에 말한 두 가지만 조심하면서, 내가 관심 있는 곱게 자란 그 남자에게, 내가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어필해보자. 그럼 다들 사랑이 넘치는 하루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