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는 Yenne이라고 하는 인구 3000명의 작은 마을이다. Savoie 지방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고 주도인 샹베리(Chambery)나 유명한 관광지인 엑스레방(Aix les bains)까지 차로 20분 정도면 갈 수 있어서 조용하지만 나름 장점이 많은 곳이다.
이 동네에는 유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조합이랑 핸드메이드 아이스크림가게, 그리고 우리 집 앞 빵집이 유명한 편인데 유명하다고 해봐야 근교에서 유명한 정도지만. 그래도 도보 거리에 맛있는 치즈가게, 아이스크림가게, 베이커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든든하다.
프랑스 사람을 떠올리면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바게트가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것처럼 맛있는 빵은 프랑스인들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역시나 이렇게 작은 동네 골목에도 빵집이 4-5개 있다. 그중에서 우리 집 앞 빵집이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던 차에 우연히 구글맵에서 별점을 봤더니 4.9! 역시 나만 맛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 이 골목에 있는 대부분의 베이커리는 6시 반에 오픈을 하다 보니 내가 일찍 출근하는 편인데도 출근길에 빵을 사갈 수 있어서 좋다. 구운 지 얼마 안돼서 바삭바삭한 크로와상과 달달한 슈 켓은 참을 수 없지.
한국에 있을 때 남편의 불만은 빵집이 11시에 문을 연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빵이 주식이 아니고 간식 개념이다 보니 11시면 보통 아닌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여기 와보니 유동인구가 좀 있는 곳은 어지간하면 6-7시 사이에 열고, 좀 늦게 여는 곳도 8시면 거의 문을 연다. 그때 문을 연다면 대체 몇 시부터 빵을 굽기 시작한다는 거지.. 역시 아침에 빵을 먹어야 힘이 나는 사람들이니 새벽부터 문을 여는 베이커리나 그 새벽에 눈곱도 안 떼고 빵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나 다들 대단하다 싶다. 일찍 여는 만큼 빵이 다 팔리면 일찍 문을 닫는 편. 확실히 빵도 아침에 사 먹는 것이 오후에 사 먹는 것보다 더 맛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아침에는 7시쯤 느긋하게 빵을 사러 나가는데 우리 집 앞 빵집에는 주말 이른 아침에도 가게 밖까지 사람들이 빵을 사려고 줄을 서있었다. 정말 부지런한 사람들..!
빵순이에게 프랑스에 와서 좋은 점을 꼽자면 어딜 가도 일정 수준 이상의 빵을 먹을 수 있다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