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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Jun 23. 2022

자전거가 필수가 된 시골생활

운동할 시간 따로 안내도 된다구요



프랑스 오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타본 게 언제였더라. 세상에 기억도 나지 않는다. 초등학생  영어 학원 입구에 새로 산 자전거를  두고 수업 갔다가 홀랑 도둑맞은 이후로는 자전거를 사지 않았으니 최소 20 이상은   같다.


자전거에 친화적인 창원에 10 넘게 살면서도 누비자(공공 자전거) 한 번도 타보지 않았다. 타보려는 생각은 많이 했지만 딱히  일이 없었다. 2-3km 까지는 걸어서 다니고   거리는 차를 몰고 다녔으니 자전거 도로가  되어 있었지만 딱히 필요하지 아서 언젠가 언젠가 이렇게 노래만 부르다 프랑스로 왔다.


우리 자전거


여긴 인구밀도가 굉장히 낮은 데다 우리가 점점 더 시골로 이동하면서 자전거가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차는 내가 출퇴근할 때 쓰고 있고 남편이 주문한 오토바이는 9월이나 돼야 도착할 예정이라 일반 로드바이크랑 전기 자전거 이렇게 두 개를 사서 평일에는 남편이 전기 자전거를 쓰고 주말에 같이 운동할 때는 내가 전기 자전거를 쓰기로 했다.


로드 자전거를 타는 남편
전기 자전거를 타는 남편


주말에는 딱히 할 게 없어서 토요일은 주로 장을 보러 가고 일요일에는 자전거를 타러 나가는데 동료들에게 물어봐도 보통 생활 패턴이 비슷하다. 좀 젊은 커플은 자전거 타러 다니고 나이 든 사람들은 낚시하러 다니고.


우린 아직 자전거 장비를 풀로 장착하진 않았는데 자전거 타고 다니다 마주치는 사람들 보면 하나같이 어찌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차려입고 다니는지..


매주 자전거 대회에 나가는 (역시나 장비 풀세트로 갖춘) 동료에게 물어보니 하루에 60km 정도 탄다고 해서 진짜 놀랐다. 우리는 20km 정도 타는데도 난 너무 힘들었는데. 엉덩이도 아프고 핸들을 잡은 손도 아프고 등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여하튼 다 아팠다.


장비를 마련하면 좀 나아지려나? 하고 남편한테 물어봤더니 어느 날 냉큼 자전거에 씌우는 쿠션을 사 온 것. 그 뒤로는 엉덩이는 아프지 않았다.





이 언덕을 지나다가 정말 토할 뻔함. 전기 자전거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핸들링하기가 어려워 남편이랑 바꿔 탔는데 하필이면 이렇게 끝도 없는 언덕이라니..


그늘에서 잠시 쉬고 남편이랑 다시 자전거를 바꿔 타고 길을 나섰다. 전기 자전거 엔진을 풀파워로 선택하고 가다 보니 좀 괜찮아졌는데 그늘이 없어서 너무 더웠다. 우리가 무슨 살을 얼마나 빼겠다고 이 더운 날 오후 2시에 자전거를 타러 나온 건지..



남편이 사슴을 봤다던 들판

  

동네에서 조금만 나가면 이렇게 사람보다 소가 더 많은 들판을 지나게 되는데 저 멀리에 사슴이 보일 때도 있고 여우를 만나게 되는 날도 있다.


자전거 타고 교외로 나가게 되면 편의점이고 뭐고 뭣도 없어서 밥은 미리 먹고 나가야 하고, 간식이나 물도 가방에 싸서 나가야 한다.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일요일에 자전거 타러 나갔다가 물도 없는데 가게도 없고 (있은들 일요일이라 문을 열지도 않았을 터) 정말 죽을 뻔했다.


프랑스에 있으니 충동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매 순간순간 느끼게 된다. 적응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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