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코 Jun 06. 2022

일주일에 한 번 장보는 날

토요일 아침엔 장 보러 가요



지난달까지만 해도 4시에 퇴근하면 그럭저럭 마트에 갈 시간이 있었다. 5시쯤 집에 도착해서 남편이랑 서두르면 마트가 문 닫기 전에 장도 보고, 빵집에도 들르고, 동물병원에도 갈 수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일이 많아지고 나니 평일에는 정말 짬이 나지 않는다.


간단한 건 남편에게 평일 오전에 도보거리에 있는 마트에 가서 사다 달라고 부탁하면 되는데 여긴 물건 종류가 많이 없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과일이나 차를 가져가야 될 정도로 많이 사야 되는 경우는 '토요일'에 날을 잡고 쇼핑을 해야 한다.



파머스 마켓


남편이 Food snob이라고 부르는 우리 회사 동료들 (프랑스인들)은 프랑스에서 재배한 과일, 야채, 그리고 치즈에 집착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 보니 어디에 가면 맛있는 걸 살 수 있는지 훤하게 꿰고 있다. 마침 옆동네에 토요일마다 장이 서는데 거기에 로컬에서 재배한 질 좋은 제품들이 있다고 알려줘서 종종 남편이랑 가보는 편이다.


과일, 야채, 절인 올리브, 치즈, 꽃, 그리고 심지어 토끼랑 닭까지! 별의별걸 다 파는 토요일 파머스 마켓은 광장 한가운데 주차장을 활용해서 여는데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하나같이 싱싱하고 맛있어서 갈 때마다 다양한 제철 과일을 잔뜩 구매하는 편. 확실히 대형 마트에 파는 과일과는 맛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 회사 동료들의 로컬 시장 사랑이 이해가 갔다.


정말 맛있었던 살구
사부아 지역의 전통 구움 과자
캄보디아 푸드트럭이 오는 날!! 씐나!




Piacrd, 프랑스 현대인의 식탁을 책임지는 곳


파머스 마켓은 일주일에 한 번만 열리는 7일 장이지만, Picard에서는 (거의) 매일 냉동식품을 조달할 수 있다.


몇십 년째 냉동식품을 연구하는 회사답게 퀄리티가 상당히 괜찮은데 이마트에서 즐겨먹던 피코크 냉동식품들이 Picard를 벤치마킹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까진 이것저것 시도해 보면서 우리 입맛에 맞는 아이템을 찾는 중. 지금까지 먹었던 것 중에서는 Bio 완두콩이랑 냉동피자, 아이스크림, 쇼콜라 퐁당 이 괜찮았다. 영양성분이 A부터 E까지 표기되어 있어서 고를 때 어떤 것이 건강에 더 좋은지 알 수 있는데, 당연하게도 우리 입맛에 맞는 맛있는 건 거의 D 아니면 E..


 

아시안 코너 음식도 그럭저럭 먹을 만 함




보통 우리가 장을 보는 패턴은 토요일 오전에 파머스마켓에서 야채나 과일을 사고, 까르푸에 들러서 밀키 트나 파스타, 주스, 물 종류를 산 다음에 Picard에 들러서 한 주동안 먹을 비상식량이나 디저트를 사서 귀가한다.



Picard에서 나름 건강하게 장본 날




외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지간하면 그날 장본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 프랑스에 오기 전엔 내가 딱히 한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집에 밥솥도 없었다), 먹을 수 있는데 안 먹는 거랑 먹을 수 없어서 못 먹는 거랑은 기분이 다른 고로 더 집착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까르푸 일식 코너에 초밥이나 덮밥이 남아있다면 꼭 집어옴. 몇 주간 주말 점심은 까르푸에서 사 온 밥을 먹은 것 같다. 쌀알이 날아다니지 않는 밥이 얼마나 반갑던지!




picard에서 산 해물파전과 이탈리아 식품점에서 산 라비올리
까르푸 초밥세트와 오뚜기 카레


우리가 뭐 먹고 지내는지 사진을 찍어서 가족 단톡방에 보내면 엄마는 그렇게 먹고 되냐고 매번 안타까워하신다. 한 번씩 돼지고기를 잔뜩 넣은 김치찌개나 매콤한 찜닭이 땡길때는 한인 온라인 마트 장바구니에 먹고 싶은걸 담아둔다. 독일에서 프랑스까지 배송을 해주기는 한데 일정 금액 이상이 되어야 해서 차곡차곡 위시리스트를 채우는 중.




이전 03화 프랑스 소도시에서의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