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아 Jun 02. 2022

프랑스 소도시에서의 삶

시골이라도 있을 건 다 있더라구요



프랑스에 처음 왔을 때는 회사가 워낙 작은 동네(인구 1만명)에 있어서 좀 큰도시에 집을 구해야 될 것 같았다. 인구 1만명인 동네라니.. 창원에 좀 큰 아파트 단지 입주민만 합쳐도 만명은 될 것 같은데 대체 얼마나 시골인지 상상도 되지 않았고, 남편도 내가 막상 프랑스 가서 경악 할까봐 미리 신신당부를 해 두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 가면 한국에서처럼 로켓배송이나, 배달의 민족 같은건 없을거예요. 오늘 주문하면 내일아침에 문앞까지 배송받는 호사는 당분간 누릴 수 없을테니 즐길 수 있을때 즐겨요. 근데, 작은동네라도 있을 건 다 있어요."



프랑스와 대한민국의 인구 Top 10 도시 비교
 (출처: worldpopulationreview.com)



프랑스는 남한보다 영토는 5배는 더크지만 인구는 7천만명 정도라 인구밀집도가 높지 않다 (파리를 둘러싼 일드프랑스까지 합치면 프랑스 전체 인구의 19% 정도가 수도권에 모여살지만, 대한민국은 50% 가까이가 수도권에 모여사니..). 그렇다 보니 프랑스에 오기 전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작은 동네에 제대로 된 상점이나 있겠냐는 거였는데, 걱정은 기우였던 것.


큰 도시는 그렇다 쳐도, 주변의 소도시들 그리고 그물망처럼 뻗어있는 작은 마을들이 (인구 몇천명인) 띄엄띄엄 있다 보니 코뮌(프랑스 자치 행정구역: 36,658개) 마다 로타리를 중심으로 상업지구가 형성되어 있는데 대형마트, 주유소, 운동용품, 인테리어, 정원용품, 자동차 딜러, 정비소등이 모여있다. 아무리 작은 동네라도 어지간하면 빵집은 골목마다 다 있고, 중심가에 정육점, 약국, 병원, 동물병원 정도는 있는편.


Aix les Bains 의 까르푸. 매우큼


프랑스에 처음 도착해서 몇 주간은 Aix les Bains 이라는 관광지에 숙소를 얻어서 지냈는데 여긴 인구가 3만명 정도밖에 안되는데도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 수준이 인구가 백만명 가까이 되는 창원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쇼핑은 제외.. 다들 어디서 쇼핑하는지 좀 궁금하다)


남편이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불만이었던게 품목별 전문점이 없고 대형마트에서 다 해결해야 한다는 것. 한국에 있을 때는, 대체 뭔소리를 하는거냐 어지간하면 여기 다 있고 온라인으로 주문 다 되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여기와서 보니 남편이 여태 찾아헤매던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게되었던 것이다.


인테리어 소품 전문점 Casa


다음달에 이사갈 집은 우리가 3년 동안 살 곳이라 좀 신경써서 인테리어를 하고 싶어서 인테리어 소품을 보러 갔는데 생각했던것보다 다양한 아이템들이 있었고, 굳이 리옹에 있는 IKEA 에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중요한 프랑스인들에게 어느정도 규모의 인테리어 용품점은 필수였던 것인가!  



운동용품 전문점 Decathlon


심지어 운동 용품 전문점 Decathlon 에는 캠핑부터 시작해서, 수영, 카약, 달리기, 자전거, 피트니스등등 종목별로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었다.


어지간한 동네마다 상업지구에는 이런 전문점들이 있다. 도심을 좀 벗어난 허허벌판에 상업지구가 있다보니 매장 크기도 크고 한국에서는 무슨 박람회나 가야 볼법한 제품들도 많아서 놀랐다. 인구 3만도 안되는 코뮌의 상업지구 규모가 이렇다니. 다음에는 리옹 근처로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Aix les Bains 에 몇주 살아본 결과, 좀 큰 도시인들 장보러 가려면 차타고 이동해야 하는 것은 똑같으니 같은 예산으로 좀더 넓은 집에 사는것이 낫겠다 싶어서 인구 천명인 코뮌으로 이사가기로 결정! 이사갈 곳은 정말 시골이지만 같은 예산으로 도심보다 두배이상 넓은 집을 구할 수 있어서 좀 고민하긴 했는데, 남편과 막연하게 '은퇴하면 전원주택에 살아보자'고 했던 꿈을 프랑스에서 이뤄보기로 했다.  


한달만에 인구 백만명 가까이 되는 창원에서 3만명 Aix les Bains 으로, 그리고 3천명이 살고 있는 코뮌으로 옮겼는데 다음달에는 천명짜리 코뮌으로 가게된다니. 점점더 작은 동네로 옮기고 있지만 차가 있으니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직은)




이전 02화 느리다 느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