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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코 May 27. 2022

에밀리 파리에 가다와는 사뭇다른 프랑스 생활

feat. 난생 처음 시골 라이프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보면서 '그래 프랑스가 외국인들에게 친절한 나라는 아니지' 라며 낄낄거렸을 때만 해도 내가 프랑스에서 일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4월부터 프랑스 파견 생활을 하게되었는데, 파리로 파견가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예쁜 옷을 입고 매일매일이 파티같은 에밀리의 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지내는 곳은 남동부 오베르뉴-론알프 지방에서도 국경가까이에 위치한, 프랑스 사람들 조차도 응? 거기가 어디? 라는 동네인데 인구가 만명도 안되는 코뮌이라 (한국기준으로는 완전시골. 여기 기준으로도 제법 시골인 동네) 인프라가 썩 좋지는 않아서 차가 없으면 생활이 안되는 정도. 대신 주변에 산과(몽블랑이 가깝다!) 호수가 많아서 공기가 맑고 낙농업이 주된 산업인지 출퇴근길에는 소떼나 양, 말들을 보게되었다.


매일매일 새로운 동물을 보고 남편한테 자랑(?)하는 새로운 일상. 얼마전에는 주말에 산책하다가 구렁이만한 뱀도 봄.


출퇴근길


이제 도착한지 6주가 지나서 '어느정도' 생활이 안정되었는데 남편이 프랑스인이라 대부분의 행정업무는 남편이랑 회사가 도와주었는데도 이정도니.. 홀홀단신으로 프랑스에 넘어온다면 정착하기까지 정말 힘들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말도안되는 행정업무

빨리빨리 한국인이 정말 적응 못하는 것 중 하나가 프랑스의 말도안되게 느려터진 행정업무일 것 같다. 모든게 전산화 된 한국에서 공인인증서 불편하다고 찡찡거렸던 것과는 정말 비교도 안될 정도로 불편한 곳이 바로 프랑스. 아직도 서면으로, 자필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정말 많은데다 은행 업무는 학을 떼게 만드는데 타행으로 입금하는 경우 48시간(working day 기준) 까지도 걸린다. (응????) 다른 나라 파견 나갔다가 복귀한 동료들이나 나처럼 프랑스로 파견온 동료들이 시간날때마다 꺼내서 씹는 주제.


은행 계좌를 오픈하려면 집주소가 있어야 하는데, 집을 렌트 하려면 또 은행 계좌가 있어야해서 이건 악의적으로 사람들을 괴롭히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정도.  결국은 온지 한달만에 시어머니 도움으로 계좌를 오픈했다.



프랑스어를 해야 삶이 비교적 편해질 것이다

파리, 마르세유, 리옹같은 큰도시는 좀 다르겠지만 일단 회사 밖을 벗어나면 일상생활을 하며 마주치는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가 안된다고 보면 된다. 결혼하고 시댁식구들이랑 대화를 하려고 불어를 좀 배웠다가 몇년간 쉰 덕분에 리셋이 되었는데 프랑스어를 못하니 너무 불편해서 지난주부터 퇴근하고 불어수업을 듣고있다.


사무실에서도 공식적인 회의는 영어로 하지만 안부인사나 일상대화는 가능하면 불어로 하려고 노력하니 동료들도 귀엽게 봐주고 처음엔 뭔 외국인 플래너냐고 고깝게 봤던 동료들도 마음을 여는게 보인다. 입장바꿔보면 나도 한국으로 파견 온 동료가 한국어 수업 듣고 한국어로 말하려고 애쓰면 좋게 보이고 도와주고 싶을 것 같다.


프랑스로 파견 온 김에 덤으로 불어실력좀 업그레이드 해서 복귀해야지 하는 생각도 듬.



일상도 미리 계획해야 한다

우리처럼 프랑스 소도시에서 산다면 한국에서처럼 즉흥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없다. 가게들이 6시나 7시에 문을 닫는데다 관광지가 아니라면 주변에 식당도 잘 없으니, 퇴근하고 갑자기 치킨이나 피자가 먹고싶다고 한들 방법이 없다. 일주일동안 뭘 먹을지 미리 계획해서 장을 봐두어야 하고, 주말에 어딜 가고 싶다면 거기 먹을데는 있는지 있다면 문을 열기는 하는지 (구글맵의 운영시간은 현실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사장 맘대로 문열고 닫음) 미리 확인해 보고 움직여야 하루 허탕칠 위험이 줄어든다.


모두 문닫은 공휴일 시내



처음에는 이 문제로 남편이랑 자주 투닥거렸는데, 프랑스 남부 작은마을에서 자라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는 남편은 내가 뭘 갑자기 하자고 제안하면 그렇게 안될것 같다고 초를 치고, 기어이 내말대로 밖에 나갔다가 뭣도 못먹고 귀가하고를 몇번 반복하고 난 뒤로는 나도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운영시간 : 점심 & 저녁, 고로 지맘대로 문연다는 말씀



할게없다

특히 여긴 일단 인구가 얼마 안되는 작은 동네인데다 다들 가족단위로 살고 있어서 할게 별로 없다. 내가 만약 남편과 고양이들 없이 혼자 왔다면 미쳐버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


우리 회사만 해도 싱글들은 근교 큰도시 (멀게는 한시간 반 거리의 리옹까지) 에서 출퇴근을 하다가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면 회사 근교의 경치좋고 한적한 동네로 이사를 간다.


하루는 다른 사람들은 대체 뭘하고 지내는지 궁금해서 동료들한테 너넨 퇴근하고/주말에 뭐해? 했더니 다들 나름 대로 바쁨. 운동 좋아하는 사람들은 달리기나 자전거를 타고 근교로 나가고, 정원이 있는 사람들은 정원 관리를 하고, 애들을 키우는 사람들은 애들이랑 운동경기를 하러 다닌다고. 우리팀 디렉터는 애들도 다 커서 요즘은 양봉에 푹 빠져 지내는데 마당에 벌집을 몇개 두고있을 정도.


그래서 우리도 이참에 운동이나 할까하고 자전거를 마련했다.







#프랑스직장인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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