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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May 30. 2022

느리다 느려

프랑스에서 득도할지도 모르겠다


느긋한 성격과 급한 성격을 단계별로 1부터 10까지 세분화 해본다고 치자. 보통의 한국인 레벨이 평균 7정도 된다면 난 9.5정도 되는 사람인데 프랑스에 온 이후로는 기본이 3 정도 되는 세상에 맞춰 살려니 매일매일 도닦는 심정이다.



용건만 간단히 할 수 없어?


가게를 가도, 약국에 가도, 우체국에 가도 뒤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건 말건 일하는 사람들은 잡담하느라 정신없다. 하루는 동물병원에 갔더니 어떤 아줌마랑 직원이랑 한참을 이야기 하길래 강아지 때문에 상담 하는 줄 알았더니 남편 말이 그냥 일상대화를 하는 중이라고.


또 하루는 우체국에 남편이 택배 찾으러 갔더니 직원이 남편을 앞에 세워두고 10분넘게 사적인 통화를 하더란다. 전화를 끊고 나서 미안하다고 하는 직원에게 다른 사람이 ‘미안해 하지 마세요. 괜찮아요’ 라고 했다길래 남편은 잘못들은 줄 알았다고.. ‘난 안괜찮은데?' 그리고, 오늘은 약국에 갔다가 우리 앞에 할머니랑 점원이랑 수다떠는걸 보고 답답해서 그냥 나와버렸다. 금방 끝날 줄 알고 기다렸는데 그들의 대화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것.


시골이라 다들 할일이 없어서 그런지  ‘하나같이 나 시간 많이 괜찮아’ 이러면서 계속 이야기 하고, 뒤에 있는 우리는 ‘우리가 시간이 없어!!’ 이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속으로 부글부글. 여긴 시간 개념도 없지만, 서비스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서비스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 같다. 내가 시간이 될 때 너를 봐줄게 이런 느낌.




계좌 이체하는데 48시간이 걸린다고?


일단 프랑스에서 은행계좌 개설을 하는데 한달이 소요되었는데 그나마도 ‘은행 계좌를 열려면 집주소가 있어야 되고, 집을 빌리려면 은행 계좌가 있어야하는’ 무한루프에 빠진 우리를 시어머니가 도와주셔서 생각보다 빨리 계좌 개설을 할 수 있었다. (동료들 말이 한달이면 양호하다고..)


프랑스 은행 계좌가 없어서 처음 한달간 한국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카드 수수료도 부담이 될 뿐더러, 단기 숙소 디파짓과 같은 금액은 카드로 결제할 수가 없는지라 현금이 절실한 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계좌가 생기자 마자 payroll 담당자를 매일같이 달달 볶아서 밀린 돈달라고 재촉했는데, 말한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입금했다는 소식이 들림. 신이나서 은행계좌를 확인해 보았으나 잔고는 0원. '너 돈 보낸거 맞아? 안들어 왔던데??' 그랬더니 타행 송금은 48시간 까지도 걸릴 수 있다는게 아닌가. 이게 뭔소리야.. 돈을 파발로 보내? 외환도 아니고 프랑스 안에서 유로를 유로로 보내는데 48시간이 걸린다고???? 이런 상상도 못한 세상이 있다니. 그나마 온라인 뱅킹이 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떨땐 그나마도 안되고 지점에 전화해서 ‘이 계좌로 얼마 보내달라고 메신저 남겨뒀느니 해주세요’라고 해야한다. 머선 90년대 폰뱅킹이냐고..



프랑스의 뱅킹시스템은 90년대에 멈춘듯



인터넷 속도 실화야?


우리가 지내는 동네의 인터넷 속도는 1MB/sec 그나마도 속도가 좀 나올 때가 이렇다. 곧 이사갈 곳은 더 외진곳이라 속도가 극악인데 올해안에 초고속 인터넷을 깐다고 하니 믿을 수 없지만 (올해안이라는 것도 미심쩍고, ‘초’고속 이라는 것도 미심쩍음) 일단은 기대해본다.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이미지를 첨부하다보면 고작 2.9MB 짜리 올리면서도 중간에 에러나서 꺼지는 일이 한두번이 아닌지라 20년전 나우누리 시절 모뎀사용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남편은 이런 프랑스가 싫어서 성인이 되자마자 한국으로 도망쳤던 거라고 하는데 어쩐지 한국패치가 심하게 되었다 했더니만 애초에 프랑스인답지 않았던 . 그가 나보다 프랑스에  적응을 못하는 느낌이 든다.


나한텐 모든게 새롭고 ‘아 이렇게 밖에 안되는구나.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지 여긴 한국이 아니니까’ 이렇게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부분도 남편에게는 ‘15년 전에도 이모양이더니 아직도 이러고 있단 말이야??? 60년 뒤에도 이놈의 나라는 똑같을 거야.’ 라며 분노하는 식.



나와 남편중 누가 먼저 득도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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