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준비물에 대하여

by 최굴굴

발목수술 당일의 후기를 쓰기에 앞서, 입원생활에 유용하게 쓰였던 물건들에 대해 써볼까 한다. 수술을 잘 받았는지 모두 궁금하겠지만 뜸 들이는 것도 재미가 있구나.

미리 말해둘 것은 나는 '미니멀리스트'라는 점이다. 쓸데없는 것은 잘 사지 않는 내가 입원 준비를 하며 많은 것을 샀다. 그만큼 입원은 불편한 일임을 알아두어야 한다.


1. 깁스방수커버

반깁스면 실밥을 풀 때까지, 통깁스면 깁스를 깨기 전까지 물이 닿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전신의 위생까지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환부에 랩을 씌우고 비닐봉다리를 신고도 불안했다면 이제는 '완벽한' 방수가 가능한 제품이 나왔다.

다치기 전, 워터파크에 갔는데 누군가 팔깁스 위에 이걸 씌운 채로 아이와 수영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얼마나 대단한 방수력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커다란 크리스마스양말처럼 생긴 이 제품은 입구가 매우 좁고 탄성 좋은 실리콘으로 되어있어 물이 샐 틈이 없다. 나 같은 경우 전신샤워는 수술 전날 밤 단 한 번밖에 못했다. 그 뒤로는 아파서 샤워고 뭐고 할 정신도 없었다. 하지만 퇴원 후에도 잘 쓰고 있으므로 아주 잘 산 아이템이다.


2. 드라이샴푸

젤타입과 스프레이타입이 있다. 나는 스프레이타입을 샀는데, 이유는 손에 묻히기 귀찮아서다. 둘 다 써본 것은 아니라 어느 것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 이유가 납득이 간다면 무조건 스프레이 형을 추천한다. 향은 개취(개인의 취향)다. 개운한 맛은 전혀 없으나 떡짐이 일시적으로 풀려 보기에 나쁘지 않아 의사 회진 때 면피용으로 쓸만하다. (단, 의사 선생님께 진짜 면피가 되었는지 직접 묻지 못했음을 참고바람.)


3. 눈썹 타투펜

수술실에 들어갈 때는 화장이 금지되어 있다. 이런 갑작스러운 사고를 대비해 눈썹 문신을 미리 받아두는 것을 추천한다. 나처럼 눈썹도 없는데 귀찮다고 어영부영 미루다가 급 수술을 받게 된 분은 눈썹 타투펜이라도 꼭 챙기시길 바란다.


4. 팬티라이너

앞서 말했듯이 샤워가 쉽지 않으므로 속옷 대용으로 넉넉히 챙겨 자주 갈아준다.


5. 물티슈/키친타월

침상생활을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뭘 많이 흘린다. 좀 비싸도 톡톡한 키친타월을 추천한다.


6. 세면도구/양치컵/수건/손거울

병원은 호텔이 아니다. 세안제, 칫솔, 치약, 샴푸, 바디워시 등 아무것도 비치된 게 없으므로 손수 챙겨야 한다. 심지어 수건도 개인 지참이다. 카페 테이크아웃 잔을 버리지 않고 잘 챙겨두면 거동이 불편할 때 침대에서 양치를 할 수도 있다.


7. 옷걸이

젖은 수건을 널어둘 때 유용하다.


8. 발에 잘 맞는 편한 슬리퍼

남편 슬리퍼 챙겨갔다가 불편하기도 하고, 넘어질까 봐 불안하기도 했다.


9. 생수, 혹은 뚜껑 있는 텀블러

거동이 불편하니 물은 한 번에 떠다 놓고 먹는 게 속편하다.


10. 얇은 담요

병원 이불만으로는 한온이 안 맞을 수 있으니 하나 간단히 챙긴다. 나 같은 경우, 4인실은 너무 더워서 재가 가져간 얇은 담요만 덮었고, 2인실은 너무 추워서 병원에서 준 이불도 덮고 내 담요도 둘렀다.


11. 이어폰

다인실을 사용한다면 에티켓이기도 하고, 귀마개로도 유용하다. 진짜 귀마개도 있으면 좋다.


12. 수면안대

나의 수면여부와 상관없이 병실에는 사람이 수시로 드나들므로 꼭 필요하다. 밤잠을 설쳐 낮잠을 잘 때도 요긴하게 쓰이다.


13. 인터넷 무제한 요금제

벼우언에는 은근 와이파이가 약한 곳이 많다. 나는 알뜰요금제를 쓰는 사람이라 입원기간 동안 한 것도 없이 추가요금이 많이 나와버렸다. 미리 OTT 드라마를 다운로드 받아가던가, 인터넷을 단절한 채 살던가, 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하길 추천한다. 하긴 나만 없지, 무제한 요금제.


이것들이 없다고 해서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힘든 입원생활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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