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MBTI성격유형 중 I에 해당한다. 간단히 말해 사람 많은 곳에 가면 기 빨리는 타입.
그런 내가 4인실 배정을 받았다. 1,2인실은 자리가 없단다.
사고 당일(목요일) 응급실에서 나온 지 3일 만인 일요일 저녁. 입원수속 후 병원침대에 몸을 뉘었다. 회진을 오신 주치의 선생님이 이 병실에 있는 나를 보고
"어서 도망가요."라고 장난을 거셨고, 그 말에 웃어드렸지만 내심 불안했다.
병실에는 할머니 세 분이 계셨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별명을 붙여드린다.
엄살쟁이 할머니: 내 옆침대 할머니. 심장질환과 변비로 고생 중이심. 따님이 교통사고로 같은 기간 타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어 간병인과 함께 계신다. 이날 극심한 변비로 변비약을 따블로 드심.
깜빡이 할머니: 내 앞침대 할머니. 90에 가까운 고령의 할머니. 치매가 있다. 다정하신 할아버지가 계시지만 나이가 많으셔서 체력상 간병인이 함께 함. 나랑 같은 날짜에 고관절 수술 예정. 목청이 크심.
얌전이 할머니: 내 대각선 침대 할머니. 너무 조용하셔서 있는지도 몰랐다. 다리수술을 받으러 왔다가 우연히 암을 발견한 슬픈 사연의 할머니.
사실 거동이 거의 되지 않아 할머니들의 얼굴은 일절 보지 못하고 목소리만 들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틀간 그분들의 서사를 꿰게 된 것은 내 의지가 아니었다.
입원 첫날밤.
깜빡이 할머니는 갑자기 아들이 보고 싶으셨는지 "상우야(가명)!"를 이백번쯤 외치셨고, 그 이백번 내내 "상우 없어요."라고 건성으로 대꾸해 주던 간병인은 지쳐 그만 좀 하라며 버럭 화를 냈다. 결국 할머니는 간호사실 옆 처치실로 격리되었다.
조금 잠잠해지나 싶더니 이번엔 엄살쟁이 할머니가 따블로 드신 변비약의 힘으로 끙끙 앓기 시작했다.
"아이고, 아이고, 나 죽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설사를 하였다. 간병인은 신세한탄을 하며 침대를 치우고, 할머니는 밤새 설사와 배앓이를 반복하였다.
다들 지쳐 겨우 잠들 때쯤, 간호사가 바이탈 체크를 하러 왔고, 6시 반에는 아침식사가, 7시 반에는 의사 회진이 휘몰아쳤다. 그렇게 밤을 꼴딱 새웠다.
둘째 날 밤.
엄살쟁이 할머니와 깜빡이 할머니 모두 안정을 찾고 쌔근쌔근 주무셨다. 오늘은 좀 잘 수 있겠구나 싶은 순간, 복병은 얌전이 할머니 었다. 스스로 수액바늘은 뽑으셨나 보다. 간병인이 간호사를 호출한다. 간호사는 불을 탁탁 켜고 다시 라인을 잡는다. 얌전이 할머니는 30분 뒤 또 조용히 주삿바늘을 뽑았다. 간병인이 왜 이러시냐 하자, 작은 목소리로 "죽어야지." 하신다. 다시 간호사가 와서 불을 탁탁 켜고 라인을 잡는다.
또다시 할머니가 바늘을 뽑자 간호사는 할머니의 손을 보호대로 묶어둘 수밖에 없었는데, 할머니는 그마저도 필사적으로 풀어 그 뒤로도 바늘을 5번이나 더 뽑았다. 지친 간호사는 거의 울며 빼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고, 간병인은 이거 뽑으면 진짜 죽는 거라고 경고를 했다.
이렇게 나는 그날 밤도 거의 꼴딱 새다시피 하고 수술날 아침을 맞이했다.
그래. 수술실에서 푹 자자. 푸욱 재워주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