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날의 상상

by 최굴굴

발목 골절 수술을 하게 되면 발목 피부를 절개하고, 안에서 뼈를 맞추고, 플레이트를 대거나 나사로 골절 부위를 고정한 뒤 봉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뼈의 어디가 부러졌는지에 따라 절개부위와 크기가 달라지는 듯하다.

퇴원 후 알게 된 것이지만, 나는 발목뼈의 뒷부분이 골절되었다.

어디가 부러졌는지 왜 퇴원 후에나 알게 되었는가? 대충 복숭아뼈 언저리쯤 나갔겠거니 하고 회진 때 쓸데없는 것만 물었기 때문이다.

"저 여행 갈 수 있나요? 운동 이제 어떡하죠? 옆으로 누워자도 되나요? 이 정도로 아픈 게 맞나요?" 등등.


수술 전날밤, 의사가 수술동의서와 전신마취 동의서를 받아갔다.

잠, 잠깐 전신마취요? 아니 고작 그렇게 가는 발목 수술에 전신마취? 배를 가르고 아기를 꺼내는 제왕절개 수술도 척추마취인데, 전신마취라니?

이유인즉슨, 나는 엎드려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그 자세가 척추마취에 부적합해서 그렇단 것이었다. (이때도 전신마취에 꽂혀 왜 '엎드려' 수술을 받는지 묻지 않았다.) 뭐 별수 없으니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 조금 무서워졌다.


의학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일까, 인터넷 기사들 때문일까. 과도한 업무로 피곤에 쩐 집도의가 살짝 조는 바람에 메스로 잘못 혈관을 건드려 과다출혈로 혈압이 뚝뚝 떨어지고 삐삐 거리는 기계음 속에서 나를 살리려는 분주한 움직임 같은 것이 상상이 되었다가, 또 마취에서 내가 깨어나지 않아 각종 주사를 달고 CPR을 하는 장면 같은 것도 상상이 되었다가, 약물 알레르기 반응으로 쇼크가 와서 수술 중 심정지 사인이 뜨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뭉게뭉게.



'잠을 너무 못 잔 탓이야. 기껏해야 발목수술인데, 뭐.' 하며 스스로를 애써 다독여보려 했다. 하지만 그러한 상상은 수술실에 들어가 전신마취를 당하는 그 순간까지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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