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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일생

우당탕탕 빵집 생존기

by 사사개미


매일같이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출근하는 당연한 근면성실을 제외하곤, 나에겐 이렇다 할 숨겨진 재능 같은 것은 없었다. 그 성실함 하나만 믿고 매일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일을 배웠건만, 하루하루 배운 일보다 그르친 일이 더 많던 나날들이었다.


처음 몇 달은 날 잘라야 한다는 사수와, 내 성실함 하나만 보고 좀 더 지켜보자던 팀장의 줄다리기 위에서 위태롭게 일했다. 성실함에 대한 인정은 감사했지만, 내가 봐도 나는 '너무' 매일 실수를 저지르기는 했었다. 치즈고로케를 기대하던 손님이 김치고로케를 베어 물게 만들거나, 오븐 안에서 소시지빵 모양 석탄을 꺼낸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계량, 수량체크, 반죽 등에서 다 기억나지도 않는 수많은 실수를 저질러 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전 날 작업한 반죽에 이스트를 넣지 않았다는 걸 다음 날 출근해서 알았던 일이다. 다시 한번 날 자르지 않았던 팀장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일과 동선, 시간 같은 것들이 몸에 베이고 익숙해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그동안 어렴풋이 느꼈지만 정신없어서 넘겨버렸던 문제들이 슬슬 까슬까슬하게 티가 나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예정에 없던 초과근무가 생기고, 점점 내 업무범위를 벗어나는 일을 도맡아 하게 됐다. 하루에 한두 시간은 기본으로 기존 근무시간보다 오래 일하곤 했었는데, 처음엔 내가 일손이 느리고 실수가 잦으니 그런 거라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 일의 특성이 좀 그런가 보다 했다. 그렇지만 몇 달간 계약서에 명시된 합의된 시간 이상의 초과근무가 몇십 시간이 되도록 쌓여도 그것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는 데다, 한술 더 떠 몇백 개 분량의 주문도 미리 대처할 시간도 없이 갑작스레 받는 사장 때문에 점점 심적으로 지쳐갔다.


사용하는 제품의 가격대가 점점 낮아지고, 비품을 아끼고, 직원은 점점 줄어 나 포함 둘만 남게 되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산량도 점점 줄기 시작했다. 어디서 읽어본 적 있는, 망해가는 가게의 특징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처음 날 살려준(?) 팀장이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곳에 나를 데려가면서, 마지막까지 계약과 퀸디궁(Kündigung : 계약해지)으로 괴롭히던 그곳에서 탈출 할 수 있었다.


그래도 그곳에서 우당탕탕 일하던 덕분에, 나는 잡일부터 프렙, 반죽, 오븐, 빵 성형, 포장까지 일 년 반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전부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가게마다 다 다르겠지만, 길게는 일 년 동안 한 파트만 도맡기도 한다던데,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철사장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단련된 것이다! 초과근무 수당은 못 받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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