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는 잊혀도, 태도는 남습니다

by 말글디자이너

직장에 처음 출근하던 날을 떠올려 보면 신기한 점이 있습니다.


그날 누군가가 내게 무슨 말을 건네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반가워요.”

“이쪽 자리에 앉으세요.”

“업무는 이렇게 하면 됩니다.”


아마 그런 평범한 말들이 오갔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희미해지는 그런 말들입니다.


대신 이상하게도 또렷하게 남는 것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대하던 태도입니다.


바쁜 와중에도 잠시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인사를 건네던 눈빛,


처음 온 사람이라 어색할까 봐 조심스럽게 말을 걸던 배려,


혹은 서류만 넘기며 무심하게 지나가던 공기까지.


우리는 상대가 사용한 정확한 단어보다 그 말이 내게 올 때의 온도를 더 오래 기억합니다.


제 책 <일잘러의 말하기 사전>에도 이런 문장을 적어 두었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이 말했던 정확한 단어는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당신이 그 말을 건넬 때의 태도는 오래 기억한다.
22쪽

방송작가로, 그리고 공공기관 언론홍보 담당자로 오랜 시간 말을 다루며 내린 결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종종 말을 더 잘하기 위해 애씁니다.


더 세련된 단어를 찾고, 더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고, 상대를 설득할 논리를 고민합니다.


물론 말의 기술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말하기의 기술이 화려해질수록 그 안에 담겨야 할 사람의 태도는 오히려 가려지기 쉽습니다.


아무리 유창한 말도 그 안에 존중이 빠져 있다면 공허하게 들립니다.


반대로 조금은 서툴고 투박한 말이라도 상대를 향한 마음이 담겨 있다면 그 문장은 오래 남습니다.


결국 말의 품격은 단어의 수준이 아니라 태도의 깊이에서 만들어집니다.


품격이라는 것은 거창한 말이 아닙니다.


내가 건네는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품고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완벽한 문장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태도일지도 모른다고요.


말은 기술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 남긴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내가 건네는 한 문장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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