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시험은 5 지선 중에서 정답 하나를 찾는 객관식 시험이다. 80문항모두 끝 문장이 옳은 것을 고르라는 것이다.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정답을 찾기 위해 수도 없이 많은 문제들을 풀어간다. 수업을 시작하고 시험장에 갈 때까지 풀고 가는 문제만 2000개가 된다.
(인근 지역에서 내가 재직 중인 교육원이 꽤 공부를 많이 시켜 힘든 곳이라는 소문이 돈다고 한다. 인정한다.)
이렇게 많은 문제를 풀고 갔는데도 불합격이라는 결과와 마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16년째 가르치고 있는 강사인 내가 찾은 이유는 이것이다. 정답을 찾는 연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문제지에서 정답을 찾지 누가 오답을 찾냐고 묻겠지만 연습이라는 말을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연습은 정답보다 오답이 중요하다. 정답이 중요한 것은 시험 당일 실전 하루 밖에 없다. 그런데 연습을 실전으로 착각하며 공부하고 있으니 시험 당일 당황스러운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요양보호사 시험은 국시원이 출제하며 비공개로 진행된다. 국내에 돌아다니는 어떤 문제집을 풀어 봐도 시험장에서 똑같은 문제를 만날 확률은 극히 드믈다.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와 같다.
내가 요양보호사 문제집도 출간했고, 기관 요청으로 많은 문제를 만들어 제공했지만 100% 적중율이 나올 수 없는 이유와 같다. 그러니 처음부터 어느 문제집에서 문제가 나올까를 생각하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 문제집을 통해 정확한 답과 개념을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험장에서 만나게 될 당황스러움에 당당해지려면 오답노트를 작성하는 훈련을 하면 된다. 오답 문장을 정답으로 고쳐내는 작업이다. 정답으로만 가득 채워진 교재를 열고 페이지를 찾아 읽어보면 확인할 수 있다. 이제 틀린 문제 중에서 오답내용에 줄을 치고 정답으로 고친 후 다시 큰소리로 읽으면 된다.
이렇게 2000개 문제를 풀었다면 불합격이 될 이유가 없다. 아마도 한 문제도 오답노트를 제대로 만들어 보지 못한 것이 실수였을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제자들에게 오답노트 만드는 방법을 글로 전송하며 잠시 사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문제도 오답노트를 만들어 보지 않는 실수를 인생에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다. 사색의 결과는 아래 문장을 얻은 것이다.
“인생에도 오답노트는 필요하다.”
내 삶의 실전은 이 땅에 주어진 마지막 날이다. 아이들에게도 인물전이 아닌 위인전을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물전은 현존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고 위인전은 이미 생을 마감한 분들의 이야기이다. 현재 시점에서 존경받고 추대받는다고 해서 마지막까지 그 존경이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아직 생이 마감되지 않았으니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의 생은 죽고 난 다음의 평가가 진짜 평가다. 아직 임종 전이라면 삶에서 마주하는 부분마다 오답을 정답으로 바꾸어가는 노력은 끊임없이 해야 한다.
내 삶의 오답노트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가려 한다.
첫 번째, 나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오늘 하루 나 자신에게 실수와 부끄러운 일을 한 것이 있을까?”
“오늘 하루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있었을까?”
항상 첫 질문은 나 자신이다. 나도 나 자신에게 실수를 하고 부끄러운 말을 할 때가 있다. 긍정보다 부정을 끌어내며 나를 믿지 못했던 실수, 할 수 있는 일인데 용기를 내지 못하고 주저했던 순간들이 있다.
또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었던 순간이 있을 수 있다. 이를 떠올리는 것이 우선이다.
두 번째, 나에게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기록해 본다.
그 답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삶을 방해하는 오답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밑줄을 치고 정답으로 수정해야 한다.
나 자신을 믿는 믿음을 가지자. 부정이 찾아오는 것은 지금 보이는 현재의 현상만 보고 있어 그렇다. 모든 사건은 한 가지 일은 반드시 하게 한다. 원하던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실패한 것이 아니다. 삶은 단면이 아니라 입체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뒷면도 있고, 옆면도 있다. 지금은 비록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어도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 그일 덕분에 더 잘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깨달음을 얻는 순간 모든 것에 감사를 동행시킬 수 있다.
셋째, 기록 된 글자에 생명력을 입혀야 한다.
행함이 없는 생각과 기록은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 무조건 삶을 잘 산다고 말할 수 없다. 오답노트를 통해 익힌 지식들이 삶에서 묻어나와 자연히 녹아들 때 인생이 달라진다. 삶이 더 어려운 이유였다.
이제 글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한 문제를 풀더라도 제대로 풀어야 문제 풀이 실력이 향상되듯이 인생에서도 오답이었다고 생각되는 지점들은 하나씩 정답으로 바꾸어 가야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실력도 향상된다.
삶의 오답노트를 차곡히 적고 실행하고 있다면 인생 마지막 날, 그 순간은 아마도 정답과 마주하게 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