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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울 Jul 26. 2024

강의비의 1/N을 돌려주다 보니 생기는 일

“선생님, 감사합니다. 작은 선물이지만 마음은 가득 담았습니다. 저를 찾아와 주신 발걸음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기회를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외부강의를 다녀오면 강의비가 입금된다. 입금과 동시에 반드시 하고 있는 한 가지가 있다. 강의비의 1/N을 떼어내어 강의 요청을 해주신 담당선생님께 돌려보내 드리는 일이다.

     

현금이 아닌 소정의 쿠폰이나 선물과 함께 감사 문자를 전송한다. 종종 공공기관에 소속되어 마음만 받겠다는 인사와 함께 선물이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개의치 않고 모두 진행한다.

     

외부 강의를 다닌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강사다. SNS를 시작하기 전에는 1년에 한두 번 정도 교육원 원장님의 제안으로 인근 요양원이나 주간보호센터에 종사자 돌봄 강의를 했었다. 그러나 SNS를 시작한 이후부터는 자주 요청을 받고 있다.  


다양한 SNS를 하다 보니 요청의 종류도 다양하다. 강의 요청 외에 책 출간에 대한 의뢰도 받았고, 이때도 역시 입금된 인세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돌려드렸다.  (초고 완성본을 전송하며 마음 전하기 작업은 시작되었다.)

  

그럼 나는 왜 이렇게 일부의 금액을 떼어 돌려주려 했던 것일까?     


내가 받게 되는 강의비의 전부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난 하나님의 공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아니,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이다. 세상 통장이 아닌 하나님의 통장에 저축을 시작한 날로부터 내 삶에 많은 부분이 변화되었다. 그중 한 가지가 돈을 바라보는 태도다.     


계산적이지 못한 사람이지만 실입조를 떼어내는 공식만큼은 계산할 줄 안다. 일부를 떼어냈으니 적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몇 십배로 늘어난 결과와 마주하며 산다. 이 공식을 강의비 에도 도입했던 것이다.


내 삶을 이끄시는 주체인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을 십일조에 담아 드렸던 것처럼 강의 의뢰를 해주신 선생님들께도 동일한 마음을 담아 돌려 드렸다.     


수많은 강사들이 SNS를 한다. 나보다 더 유명하고 훌륭한 재능을 가진 강사들도 많다. 그중에서 나를 선정하고 나에게 정중히 강의를 의뢰해 주는 그 마음에 대한 작은 보답을 하고 싶었다.     


어느덧 외부강의 3년 차가 되면서 강사비도 많이 상승이 되었다. 그러나 그 비용이 많아진다고 1/N의 공식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사람이 개입되지 않는 일은 없다. 돈보다 사람의 마음이 먼저이기에 돈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돈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돈은 어디까지나 수단으로 사용될 뿐 목적이 될 수 없다.     


나의 이런 마음이 담당자 샘의 마음에 깊이 파고들 때가 있다. 그저 “감사합니다.”라는 답으로 끝이 나는 인연이어도 충분하다. 그런데 내가 드린 마음에 몇 십배가 되어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많이 경험했다.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는 경험을 하나 이글에 소개하고자 한다.


작년 00 도서관에서 치매 돌봄 실전이라는 강의 의뢰를 받았다.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라 그런지 강의 요청을 주신 메일에 담긴 표현부터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다. 예정된 강의 날짜가 되기 전에 담당 선생님이 갑작스럽게 발령이 나서 전출을 가게 되었다.   

  

그 메일을 받고 내 공식을 적용할 수 없을 것 같아 미리 작은 선물과 마음이 담긴 문자를 보내드렸다. 그런데 강의 마지막 날 사서 선생님이 일부러 시간을 내어 강의장에 찾아온 것이다.   

  

커피와 케이크를 건네주시며 감사하다는 인사도 받았다. 이런 대접을 받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날의 감동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내 안에 고스란히 박혀있다. 세상에서 가장 인복이 많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 사서 선생님은  인스타그램에서 오늘도 응원을 보내주시는 든든한 응원군으로 남아계신다.     

이 경험은 오늘도 현재 진행형이 되어 또 다른 경험을 만들고 있다.


최근 외부 출강을 가고 있는 곳의 담당자 샘으로부터 복숭아 배송을 받았다.

아직 강의가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이어갈 강의지만 처음으로 진행된 강의 종료 후 강의비가 입금되었다.     


그중 일부를 같은 방법으로 돌려 드렸고, 다음 회차 별 강의를 준비하며 어떤 것을 더 드리고 준비해야 강의 퀄리티를 올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 통화를 진행했다.     


나의 열정이 통화 속에 묻어났던 것일까? 아니면 1/N로 돌려 드렸던 선물에 대한 감동이었을까? 자세히 여쭈어 보지는 않았으나 그 마음은 부메랑이 되어 다시 내게 돌아왔다.     

이렇게 주고받는 마음 덕분에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은 강의를 수강하시는 분들이다. 강사와 준비하는 담당자의 관계가 따뜻하면 서로의 마음이 편해져서 좋은 강의가 되고, 좋은 진행이 되기 때문이다.     


1/N을 돌려주는 공식은 강사와 담당 선생님 마음의 온도만 올리는 비법이 아니다. 그곳에 오는 모든 사람의 온도까지 상승시키는 비법이다.  출간되는 책도 마찬가지다. 출판사의 편집 담당자와 주고 받는 메일과 전화가 많다. 그때 따스하게 전한 마음들은 그 책에 고스란히 담긴다. 결국 그 책을 만나는 독자들에게도 그 행복은 변함없이 전달이 된다. 하나가 아닌 더하기와 곱하기의 공식이 되어 배가가 될 수 밖에 없다. 


하나님의 십일조 공식도 곳간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으로 하나씩 흘려보낸다. 돈은 움켜잡는다고 내 것이 되지 않는다. 흘러가야 내 것이 된다.  흐르고 흘러 그 돈이 접근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 온도 역시 상승한다. 


흘려보내야 할 것이 어디 돈뿐이겠냐. 마음도 그렇게 흘려보내야 한다.   

  

난 앞으로 더 많은 외부 강의 요청을 받게 될 것이고, 더 많은 강의비도 받게 될 것이다. 그리 하시겠다는 약속을 믿기 때문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이 공식을 변함없이 적용할 것이다. 좋은 강의를 하는 강사, 좋은 글을 쓰는 작가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성장한다'는 것은 지금까지는 몰랐던 도량형으로 자신이 한 일의 의미와 가치를 따져보고, 지금까지는 몰랐던 논리로 자신이 해 온 행동을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우치다 선생에게 배우는 법>


돌아보니 알게 된 것들이 많다. 여기서 알게 된다는 것은 그 시간, 그때 , 그일이 일어났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 의미에 가치를 부여하면 귀한 삶의 한 자락이 되어 고스란히 현재의 값이 되고, 현재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설명이 되는 현재는 다시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결국 배움이란 과거를 통한 현재와 현재를 지나가는 미래, 모든 부분에 함께 해야 할 삶의 필수조건이다.     

<가르치려다 배웠다>연재북이 이어지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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