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작동이 원활해야 초보와 이별을 할 수 있다.
외부 강의가 있어 이른 아침 강의장으로 출발을 했다. 라디오를 들으며 가고 있었는데 초보운전자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운전을 처음 시작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엑셀을 밟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 엑셀을 밟기 시작하면 앞으로 나아가며 두려움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산 너머 산처럼 다음이 초보자를 기다린다. 바로 브레이크 작동법이다.
정지를 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올 때 정지선 보다 조금 먼 거리에서부터 속도 줄이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지선 앞에서 급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멈출 수가 있다.
초보자는 이렇게 멈춤이 자연스럽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겪고 있는 상황들을 비추어 보았다.
요양보호사 시험을 공부하는 제자들을 위해 시작한 유튜브 채널이 있다. 1년 정도 유튜버 경력이 쌓이면서 많은 것들을 경험했다. 구독자 수 상승은 물론이고 수익 지급도 매달 받았다. 보이는 숫자로 인한 성장뿐 아니라 감사함을 전해오는 구독자로 인해 보람이라는 것도 느껴봤다.
그러나 SNS는 현실을 가장한 망상과 같은 부분이 있다. 현재 머물고 있는 브런치와 가장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SNS 성장을 이루고 난 현실에서는 무엇이 윤택해지고 무슨 유익을 경험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시원하게 답을 할 수 없다면 나 역시도 망상 속을 걷고 있었던 것과 같았다.
유튜브 댓글을 막으며 내가 생각한 내용이다. SNS성장은 나를 숫자로만 평가하기 때문이다. 구독자수, 조회수, 댓글수, 좋아요 수, 더불어 수익도 숫자다. 숫자가 올라간다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며칠 전 아침독서 시간에 만난 글귀를 남겨보고자 한다.
핸디경이 전해준 두 개의 강렬한 메시지는 이후 ‘내가 어디로 가고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인터뷰 여정의 소중한 등대가 되어 주었다. 두 개의 인생 등대는 다음과 같다. “숫자로 셀 수 있는 것보다 셀 수 없는 것이 더 강하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친구다.” <위대한 대화> 찰스 핸디 김지수 인터뷰집
SNS를 하며 숫자에 발목 잡히지 않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것이 브레이크를 어디서부터 어떤 속도로 밟으며 줄여갈 것인가를 가늠해 보는 것과 같다. 더불어 멈춤은 확실한 결단과 함께 해야 한다.
그 기준점을 이 문장에서 찾은 것이다. 돈, 사람 수 모두 셀 수 있는 영역이지만 감정은 셀 수 없는 영역이다. 인생은 좋은 기억과 좋은 감정의 하모니라 했던 말이 생각난다. 어떤 일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감정으로 다가서고 어떻게 기억되는지는 더 중요하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활동에는 감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SNS에서 나의 감정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셀 수 있는 영역이 아닌 셀 수 없는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다독여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브레이크를 잘 조절하는 초보 딱지를 떼어 낼 수 있다.
이 기준을 세우고 나니 다음은 더 빠른 결단을 할 수 있었다. 재직 중인 교육원의 제자들은 입학과 동시에 시험 당일 아침까지 단톡방에서 시험공부를 도와주고 있다. 이런 체계를 갖춘 요양보호사 교육원이 많지 않다. 아니, 이렇게 하는 강사들이 많지 않은 것이다.
교육원 수업이 종강되면 현장실습에 소요되는 80시간과 시험장을 가는데 까지 걸리는 20여 일 동안 혼자 공부해야 하는 과정이 요양보호사 자격증 과정이다. 시험에 불합격되어 재수자라도 되어버리면 그 누구도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 내 제자들은 내가 책임지고 학습을 담당하지만 이런 관리가 안 되어 나를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블로그를 하며 알게 되었다.
그런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자 3년 전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었다. 전국 곳곳에서 내 방을 찾아온다. 요양보호사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합격 후 자격증 발급까지 수많은 질문들을 쏟아낸다. 모두 교육원에서 이론 교육을 들으며 습득했어야 할 내용이고, 그렇게 할 수 있는데 내 방에 와서는 처음인 것 마냥 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런 분들을 위해 만든 방이기는 하다. 목적대로 구실을 잘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들로 인해 겪게 되는 내 감정이다.
같은 내용을 여러 번 설명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보를 공유해도 직접 찾아가 읽고 이해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질문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다.
이해력의 문제일까? 배려심의 문제일까? 난 아주 많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러나 내 답은 여전히 하나다. 내가 알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는 영역이다. 이해력의 문제라고 이해될 때까지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배려심 같은 인성 부분을 SNS에서 다듬어 주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러니 이곳도 내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토닥여야 할 일만 남은 것이다.
커뮤니티방 역시 꽤 숫자 성장을 이룬 곳이다. 200여 명이 모여 있다. 시험 전에 왔다가 합격 후 나가버린 인원까지 모두 합쳤다면 1000여 명은 될 것이다.
이 숫자 덕분에 카카오톡에서 요양보호사를 검색하면 내가 만든 방이 가장 최고 상단에 링크를 띄워주고 있다는 사실도 최근에 알았다.
그러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방에 모인 사람들로 인해 내 감정은 좋은 부분보다 스트레스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과감히 이방도 내려놓았다.
그곳에 계신 분 중에서 방장이 되고 싶어 하는 분께 고스란히 전해주고 나가기 버튼을 눌렀다.
후회도 미련도 없다. 난 SNS에서도 브레이크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는 초보자와 이별선언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버릴 수 있는 결단,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나를 다독일 수 있는 마음, 그 두 마음을 제대로 정립할 수 없다면 결국 숫자에 매몰되어 셀 수 없는 영역을 보지 못할 것이다.
보이는 것만 보고 사는 삶처럼 어리석은 인생도 없다. 반드시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보려는 노력을 하며 살아야 한다. 그중 하나가 내 감정이고 이 감정의 색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면 언제든 하얀 백지를 다시 꺼낼 용기는 가지고 시작해라.
그게 내가 경험한 SNS다. 난 오늘 초보딱지를 내던지며 더 자유롭게 운전대를 잡고 브레이크를 밝아가며 이곳을 즐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