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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울 Aug 16. 2024

자격과 자질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실력이다.

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00주간보호 센터를 운영하는 센터장님으로부터 온 메일이다. 질 높은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인적자원이다. 요양보호사 양성 강의를 하는 강사인 것을 알게 되셨는지 자질과 인성을 갖춘 요양보호사를 추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메일에 쉽게 답을 드리기가 어려웠다. 자격이 아닌 자질을 생각해 봐야 했기 때문이다.    

 

자격은 일정 조건에만 도달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요양보호사 양성과정을 무난히 통과하고 시험에 합격만 하면 요양보호사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은 충분이 갖출 수 있다. 이런 분을 원한다면 고민 없이 바로 추천을 드릴 수도 있다.     


그런데 자질이라는 것은 자격처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기준도 다르다. 내 기준에서 이 정도의 자질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 추천을 해도 센터장님이 생각하는 자질 조건에 불충분이 되면 절대 합격을 할 수 없다.     


정도도 없고 범위도 없는 것이 자질이다 보니 함부로 사람을 평가하거나 잣대를 들이밀지 않는다. 그렇기에 추천하는 것은 더 어렵다. 한 번 생각해 보겠다는 메일의 답신을 드렸지만 앞으로 더 추가적인 메일 발송은 어려울 것 같다.     


이 사건을 계기로  문장 하나를 사색하게 되었다. 자격과 자질은 분명 다른 것이고, 자격을 갖추었다고 해서 모두가 훌륭한 자질까지 겸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격은 어느 정도의 노력 후에 만나게 되는 목표지점 이라면 자질은 목표지점이 없다.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멈추지 않고 단련해야 할 과제다. 그런데 그 자질을 갖춘 사람이 그리 쉽게 눈에 띄고 나타난다면 관계가 어려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누군가와 같이 일을 해야 하는 경우 가장 힘든 것도 자질을 갖춘 인적자원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일을 맡았을 때 한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실력자가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자격에서 벗어나 자질을 향해 뛰어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자격조건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나를 돌아봐야 헌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꽤 시간이 흘렀고, 사업주가 된 지 꽤 오랜 시간을 거쳤고, 한 분야의 전문가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라면 모두 뛰어난 자질을 갖춘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럼 내 삶도 이렇게 당연한 사실과 동반자가 되었는지 잠시 생각해 볼 일이다.      

실력자가 되고 싶지 않는 사람은 없을 테니 그 실력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려 한다.     


완벽한 세계(본향)에, 그 갈망은 일반인보다 뼈저리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저 무지개 너머 어딘가’를 찾는 것도 근원은 같아요. 현실에 없는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향한 갈망은 누구에게나 있죠. 그게 인간성의 본질이거든요.<위대한 대화> 김지수 인터뷰집   

  

이 책에서 말하는 갈망이 있어야 실력자가 된다. 완벽한 세계라고 하는 본향, 저 무지개 너머 어딘가를 그리워하고 찾아가고자 하는 마음이다.     


완벽한 세계가 무엇일까? 난 모두가 사랑받는 세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이루어지기 힘든 세상이지만 절대 포기 하지 않고 그 이상적인 세상을 향해 한 곳 정도는 비워둘 수 있는 마음이다.     


요양보호사, 병원동행매니저, 생활지원사 모두 내가 양성하는 직업군이다. 자격증 취득 수업에 들어오니 수당은 얼마나 받을 수 있고, 근무시간은 몇 시간을 해야 하며 일하는 것에 비해 페이는 적은지 많은지 수 많은 질문을 쏟아낸다.     


그러나 어떻게 일을 해야 이 돌봄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들이 행복하고, 서비스 신청을 한 가족들이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은 아직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했다. 그러니 이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전해야 할 사람이 강사여야 한다.     


강사는 절대적으로 완벽한 세계에 대한 갈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린 이런 모습 보다 한 발 더 앞장서서 가는 모습, 더 많은 것들을 들고 업고 안고 가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때론 동경의 마음까지 품는다.      


그렇게 살아야 잘 사는 것 같고, 그렇게 해야 내가 남보다 으뜸이라는 착각에 빠져 들게 된다. 그러니 효율대비 라고 하는 손익계산에 빠르고 능통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배우는 학생도 강사도 모두 그렇게 변해간다. 어느덧 자질은 잃어버리게 되고 완벽한 세계로부터 멀어지는 나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에는 우위가 없다. 그저 그 모습이 어떠한들 품어주고 안아주고 토닥여 주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갈망 역시 우월감이 아닌 열등감에서 가장 빨리 시작된다. 자신이 남 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서는 연민의 신경계인 미주신경에 불이 붙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우월해 지는 것을 기피하며 겸손해져야 갈망의 꿈틀거림을 잃지 않게 된다. 더 나아가 자격과 자질이 동등선에 나란히 서게 되어 그 어떤 사람을 만나도 사랑하며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     


난 아직 진행중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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