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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보다는 당일치기에 익숙해지는 냉장고가 좋다.

by 너울 Mar 26. 2025

“집에 냉장고 없는 분 손 한 번 들어주시겠습니까?”


위암 발생과 관련된 요인을 설명할 때는 항상 냉장고 소유에 대한 질문을 한다. 냉장고는 필수 가전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김치 냉장고까지 세트나 옵션으로 장착되어 있으니 두 대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냉장고의 순기능은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기능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고 있다는 것까지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금부터 변화된 냉장고의 기능을 찾아보려고 한다.   

  

위암 발생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고 있지만 그중 한 가지가 짠 음식, 특히 염장식품 등의 섭취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요양보호사 표준교재 한 귀퉁이에 염장식품에 대한 정의가 서술되어 있다.     


염장 식품이란 소금을 첨가하여 저장성을 높인 식품으로 굴비, 젓갈류, 햄, 베이컨, 김치, 단무지, 짠지 등이 해당된다. 이 문장을 읽고 난 후 ‘저장성’ 이란 글자에 밑줄 쫙 그어보라고 한다.     


덜 짜게 먹어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말은 이미 익숙하다. 음식을 조리할 때 최대한 염분을 첨가하지 않거나 줄이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리 시 첨가하는 염분의 함량보다 많은 양이 염장식품에 녹아져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야 한다.     


풋고추 70g에는 나트륨 2.1mg 정도가 들어 있다면 동량으로 고추장아찌를 만들 때 나트륨은 1345mg이 된다. 장아찌로 변한 풋고추는 640배나 많은 나트륨을 머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농촌진흥청 2006 식품 성분표>     


염장식품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있다. 정의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저장성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사계절에는 겨울이 있다.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겨울을 잘 견뎌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먹거리가 있고, 그 먹거리를 온전히 저장하는 방법을 찾다 보니 염장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장독대를 한가득 채웠던 항아리들과 함께 유년시절을 지낸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대는 추운 겨울과 마주해도 먹거리로 고민하지 않는다. 구태여 염장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먹을 것이 넘쳐나는 삶을 산다. 냉장고가 한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냉장과 더불어 냉동까지도 가능하니 고민할 여지가 없다.     


먹거리 저장에 대한 고민을 덜어 내주는 것은 냉장고뿐만이 아니다. 유통이 워낙 발달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집 문을 열고 나가면 언제든지 먹거리 구매가 가능한 슈퍼나 마트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더불어 인터넷 발달은 더 큰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 밤 12시 이전에만 구매하면 다음날 아침 문 앞에까지 가져다주는 배송 덕분에 아침 메뉴를 걱정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5일장, 7일장이 열려야만 먹거리를 구매할 수 있고, 다음 장날까지 잘 보관하는 방법을 연구해야만 했던 예전 삶에 비하면 아주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냉장고는 1박 2일, 2박 3일 더불어 30일, 180일 동안의 숙박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냉장고가 처음 출시될 때 광고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 크기(용량)에 대한 것이었다. 크면 클수록 많이 저장할 수 있으니 너도나도 큰 크기를 구매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냉장고는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크기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당일구매, 당일소진 소위 당일치기만 해도 기능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가구 한에 자리 잡고 있어 문을 열어야만 온도가 다른 냉장고임을 알 수 있는 것들도 많다. 오래전 구매로 저장되어 있던 재료보다는 당일 구매한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꼭 보관이 필요한 재료를 제외하고는 가득 채우려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건강해진다.     


이렇게 냉장고 기능의 변화를 설명해도 염장식품이 좋아서 줄이기 힘들다는 분들도 있다.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시던 맛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맛의 그리움은 더 깊어진다.     


따듯한 밥에 올려 주었던 깻잎 장아찌 한 장과 아삭거리며 입안을 돌아다녔던 맛에 매료되어 정신없이 먹었던 오이, 무 장아찌들과 어떻게 쉽게 이별을 선언할 수 있냐는 말이다. 시골 할머니와 오래 살았던 나 역시도 할머니가 그리울 때마다 떠올려 보는 맛의 한 자락이 항아리에 담겨 있던 장아찌다.     


당장 끊어내라는 것이 아니다. 먹을 만큼만 담그고 먹는 횟수와 양을 조금씩 줄여가는 습관을 가져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 집에도 장아찌 전문가가 있다. 친정엄마는 냉장고와 냉동고를 다 합쳐 무려 4대를 가진 분이다. 무엇이 그 안을 채울까 싶어 열어보면 무, 깻잎, 고추, 마늘, 양파 등 온갖 종류의 야채들이 간장에 차곡차곡 자리 잡고 누워있다. 돌멩이나 자루에 눌려 있다가 한쪽 귀퉁이로 비스듬히 나온 고추나 양파를 만나는 날이면 언제 나를 꺼내 줄 것이냐며 물어오는 것 같아 종종 웃음이 날 때도 있다.     


“엄마, 양파 자루에 가득 들어있는 양파를 보면 간장에 넣고 싶어 지세요? 아니면 들판에 흐드러진 깻잎을 보면 모두 간장에 차곡차곡 탑을 쌓아주고 싶으세요?” 라며 핀잔 아닌 핀잔을 건넨 적도 있다.     


뭇매소리를 한다면 그 핀잔은 나에게 다시 돌아오지만 이런 모습을 보며 습관이라는 것이 참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핀잔이 아닌 당부를 전한다.   

  

“엄마, 드시고 싶은 만큼만 해요. 다음 해가 오기 전에 소진할 만큼만 만들어도 되잖아요. 저는 더 안 주셔도 됩니다.”     


우리 집 김치 냉장고에는 3년이 넘은 고추 장아찌가 한통 들어있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것인데 아무도 먹지 않는다. 그러나 쉽게 버릴 수도 없다. 고추를 물로 깨끗이 씻고, 장아찌의 감칠맛을 내기 위한 재료들을 선정해서 땀을 뻘뻘 흘리며 끓여 만들었던 엄마의 수고와 사랑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움을 달래보기 위한 맛의 귀환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염장식품을 만들고 있다면 그 습관을

한 번은 점검해 볼 필요도 있다. 기존 생각과 다른 신선한 자극이 들어왔을 때 곰곰이 생각해 보는 훈련이야 말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과 목표를 제시한다. 더불어 익숙함에 매몰되지 않는 사람이 되게 한다.    

 

지금, 현재를 점검하지 않고서는 올바른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건강해지고 싶다는 말은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니, 지금 점검해야 할 것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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