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는 여전히 아늑하다
(22년도 블로그에 작성한 글 수정)
22.12.2 금요일, 영등포구에서 종로구로 출발!
종로는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여서 몇 번 왔었는데 구석구석 돌아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으면 설레면서도 긴장된다. 약간의 스트레스가 동반된 긴장감. 볼 것이 많다는 건 그만큼 다리가 아플 정도로 많이 걸어야 한다는 뜻도 있고 기대했던 모습을 잘 흡수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여행하는 걸 월요일이나 수요일, 목요일이 아닌 금요일로 정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이 날 가장 많이 걸었다.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 거리.
그저께도 어제도 여기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종로 도착.
이 날의 동선은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삼청동 - 인사동 > 였다.
원래는 인사동에서 뮤직 컴플렉스라는, 레코드 가게와 재즈 카페,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을 볼 에정이었으나 재즈 카페는 혼자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아 친구랑 가기로 했고 박노해 사진전은 시간이 부족해서 다음 주로 연기했다.
종로는 우리나라의 색채가 가장 뚜렷한 곳이다. 역사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북촌 한옥마을 뿐 아니라 인사동, 안국동, 익선동, 삼청동에서도 영어를 한글로 바꿔서 쓴 간판이나 새로 지은 한옥으로 된 가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광화문 역에서 내렸을 때 보이는 모습
저 멀리 경복궁도 보이고 축구 거리응원하기 위한 장소도 보인다. 오른쪽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높은 빌딩의 각종 신문사도 보였다. 신과 구의 조화가 좋다.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
어렸을 때 여기에 온 적이 있었나?
1층 기증관.
개인이 기증한 물품을 보관하는 곳이었다.
그 중 인상깊었던 문구가 있어 찍어봤다.
'꾸준함의 힘, 당신의 취미도 역사가 됩니다.'
내가 꾸준히 하고 있는 것, 혹은 모으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일기(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쓰기 시작했다), 글 쓰기, 그림 그리기, 러닝, 독서, 엽서 수집, 주변사람들로부터 받은 편지 수집 정도인 것 같다. 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개인이 쓴 글들이 이 후 동시대 사람들의 자화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고생이 많은 내 육체. 라고 써 있다.
24시간 중 광산일 9시간 30분, 사과밭일 6시간. 15시간 30분을 제외한 8시간 30분 중 수면 시간 5시간 30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당시 사람들의 고됨이 느껴진다. 동시에 나의 시간 관리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고도의 산업화가 이루어졌던 70년대,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던 80년대, IMF가 있었던 90년대의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당시 사람들의 관심거리와 생활을 읽어보는 주제관.
책 읽는 사람들.
시는 잘 안 읽는 편인데 박노해 시인의 시는 읽는다.
노동자들의 애환을 묘사한 '노동의 새벽'
망했읍니다, 3천원.
저 때부터 쓰였다니.
버스를 타고 삼청동으로 이동하는 중.
차창 밖으로 앙상한 가지가 보인다.
오늘 첫 눈이 왔다. 진짜 겨울이다.
고양이 안녕?
서울에서 살던 고양이가 지방으로 내려가면 어떻게 될까
삼청동에 카페거리가 있는데 구글지도에는 1자로 나오지만 사실 곁길로 들어가면 더 많은 카페를 볼 수 있다.
수험생 10% 할인
생각해보니까 수능 끝나고 수험생 할인 활용해본적이 없었던 것 같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할 때 뉴스에서 봤는데 실제로 보니 신기하다. 저 안에서 매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표지판 콜렉터
스물 한 살, 첫 해외 여행으로 오사카를 갔다
표지판과 자판기가 보일 때마다 사진으로 담았던 것이 기억난다
일본 특유의 차분하고 소박한 분위기를 담고 싶어서 그랬지만
한국에서도 여전히 이런 모습을 찍는 걸 보면 그냥 표지판을 좋아하는 것 같다
가게가 삼청동과 잘 어울려서 찍었는데 알고보니 유퀴즈 출연했던 곳.
오른쪽에 유재석 사진이 걸려있다.
삼청동에는 이런 찻집이 많다. 감나무와 잘 어울린다.
주로 팥죽이나 빙수, 차를 많이 파는 것 같았다. 동생 집 앞에도, 이 가게 앞에도 감이 주렁주렁 열렸는데 따지 않는 이유는 뭘까. 우리 아빠는 과실수를 심어도 미관상 열매를 다 따지 않고 몇 개는 남겨둔다. 비슷한 이유일까? 아니면 아직 덜 익어서 혹은 따기 귀찮아서?
갤러리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갤러리에 들어가면 그림을 그린 작가가 있을까봐 왠지 부담스러워서 안 들어갔었는데, 작가가 상주하는 것은 가끔이고 갤러리 관리자가 따로 있었다. 그걸 알게 된 이후로는 갤러리에 편한 마음으로 들어갔다.
we rely to much on experience.
우리는 경험에 너무 많이 의존한다.
상상력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궁금하다.
류승옥 작가 개인전.
사람을 연두색으로 칠할 생각은 못해봤는데 조만간 나도 시도해봐야지..
이건 다른 작가인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이렇게 계단 타고 올라가면 갤러리가 있었다.
인사동 입성.
한글로 된 간판들
역시 한글로 된 간판.
인사동의 컨셉에 충실하다
사주 보는 곳
< 안녕 인사동 > 에 들어간 이유는,
뮤직 컴플렉스에 가기 위해서.
들어가보니 사람들이 푹신한 소파에 앉아 두런 두런 이야기하며 헤드셋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카페 안은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보다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로 꽉 채워져있었다. 사진 오른쪽에 보면 창가자리가 5-6개 정도 있다. 자리가 생각보다 많아서 좋았다. 특히 창가에 혼자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부담없이 오랜 시간 음악을 듣다 갈 수 있다.
화면으로 크리스마스 트리, 눈이 오는 풍경을 띄워놓았다.
재즈 듣는 걸 좋아하지만 재즈 가수는 잘 모른다.
찰리 파커, 쳇 베이커, 빌 에반스 정도. 유튜브에 '재즈 플레이리스트' 라고 검색해서 듣기 때문에 가수별로 어떤 대표곡이 있는지 잘 모르고 이름만 들어본 정도이다. 그나마 최근 하루키 영향으로 재즈에 조금 관심이 생겨서 알아봤는데 재즈는 스윙재즈, 비밥재즈, 쿨재즈, 보사노바 대략 이런 순으로 나타났고 스윙재즈는 규칙적인 템포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스타일의 재즈가 아닐까 싶다. 대표적인 가수는 루이 암스트롱. 비밥 재즈는 빠른 템포의 재즈, 쿨재즈는 차분한 느낌의 재즈인데 쳇 베이커가 대표적이다. 개인적으로 스윙재즈보다는 자유롭고 편안한 느낌의 비밥재즈와 쿨재즈가 조금 더 마음에 든다.
문제는 레코드판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섞여 있어서 원하는 것을 고르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 하나하나 뒤적거려봐야 한다. 그래서 그냥 크리스마스 곡 모음집을 들었다.
옛것과 새것의 조화가 참 좋다.
유리창 너머로 회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퇴근하는 직장인들 사이 나도 집으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