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나오는 외국인보다 서울을 모르는 나
(22년도에 블로그에 작성했던 글)
서울에 왔다
동생이 사는 곳에서 2주를 머무를 예정이다.
사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기 전까지 쭉 서울에서 살았었다. 부모님이 서점을 운영하셨고 같은 건물 2층에 유치원이 있었다. 맞은편 골목은 나의 작은 세계이고 놀이터였는데 학교에서 몰래 가져온 분필로 벽돌로 된 담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겨울이 되면 바닥이 꽁꽁 얼어서 신발로 미끄러지듯이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다. 추억의 장소.
하지만 서울의 다른 곳은 당연하게도 잘 모른다. 워낙 어렸을 때 이사왔고, 친구들이랑 짧게 '홍대가자, 연남동 가자, 익선동 가자' 이런 식으로 스팟 위주로 돌아다니다 보니... 뭔가 그 점이 답답했던 것 같다. 한국인으로서 알아야 될 기본 지식을 모르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나오는 외국인들이 서울에서 헤매는 모습을 보며 패널들이 웃곤 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도 별반 다르지 않지 싶었다. 아마 어딘가로 여행을 가면 랜드마크 뿐 아니라 그 지역만의 고유한 특징과 음식, 그리고 거리를 내 것으로 천천히 받아들이고 이해하지 않으면 약간의 찜찜함을 느끼는 성격탓일 것이다.이런 이유로 이번에 서울을 느릿하게 살펴볼 예정이다.
아래는 며칠 동안 서울에서 찍은 사진. 도쿄에서도 지역별로 작게 쪼개서 보는 걸 좋아해서 서울에서도 구 단위로 쪼개서 돌아다니고 있다. 먼저 영등포구 문래동과 그리고 옆에 있는 동작구를 돌아봤다.
영등포구, 문래동.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거리. 생각보다 문을 닫은 상점들이 많았다. 정리가 덜 된 물건들과 촌스러운 간판이 문래동의 색깔일까
노량진.
컵밥 먹고 싶어서 왔다.
박문각부터 해커스, 윌비스, 스터디카페, 독서실도 물론 많았지만 술집, 옷가게, 카페도 생각보다많았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람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았듯이.
노량진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야지.
컵밥 먹고 투썸플레이스에서 찍은 컵밥가게.
컵밥 먹는데 옆에서 어떤 남자분이 카드로 계산할 수 있냐고 묻길래 저분도 나처럼 처음 오셨구나, 싶었다.
도서관 가는 길, 1시간을 길 위에서 헤맨 듯하다. 전봇대와 이리저리 얽힌 줄, 초록색 간판의 마트와 화초, 주황색 벽돌집의 조화가 예뻤다.
드디어 찾아 들어온 도서관.알고보니 내린 정류장에서 3분 거리에 있었다. 힘들게 찾은 만큼 충분히 머물다 왔다.
공원 안에 있는 작은 도서관. 컨테이너 박스로 지은 듯한데 아담하고 따뜻했다. 사서분과 나 둘만 있어서 어색해서 구석으로 가서 조용히 읽다 왔다. 내부에서 바깥을 보면 이런 모습.
공원 안에 위치해있어 산책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볼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절친,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
“매력적인 그림이란, 그저 잘 그린 그림보다는 역시 그 사람 밖에 그릴 수 없는 그림이 아닐까요.” - 안자이 미즈마루
이 분 그림 보면 놀랄 수도 있다. 초등학생이 그린 것 같아서.. 그런데 볼 수록 계속 보고 싶고 궁금하고 그림체가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서 좋다. 그림을 그릴 때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오랜 시간 관찰하고 사진찍듯이 머리 속에 저장해두었다가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하루키도 그런 매력에 반해서 본인 책의 삽화를 대부분 안자이 미즈마루에게 부탁한 건 아닌지.
오늘은 여기서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