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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Oct 27. 2024

힘 빼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생애 첫 명상 체험

어제는 구좌읍에 있는 세화마을에 다녀왔다. 서쪽에 사는 나는 동쪽 끝까지 갔다. 왕복 세 시간을 운전하고 집에 와서는 바로 뻗어버렸다. 프로그램이 너무 좋아 매 순간 집중을 했기에 더 피곤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내가 참여한 워크숍은 <해녀와 고요한 바다>라는 주제였다. 마을을 돌며 해녀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배웠고, 해녀삼춘들께서 직접 준비해 주신 식게반(제주의 제사음식)으로 점심을 먹고 해녀삼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다음으로 해변에서 명상을 했다. 이렇게 세 가지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마을 곳곳과 해녀문화와 삼춘들의 이야기를 세세히 소개해주신 피디님이 계셔서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해녀박물관에 가서 해녀들이 직접 사용했던 물건들을 보며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해녀복을 만드는 곳이 제주에는 다섯 군데 남았다고 하는데, 그중 세화마을에 있는 한 군데를 가볼 수 있었다. 해녀셨던 삼춘은 54년째 잠수복을 만들고 계시다고 했다. 이제는 아들과 며느리께서 이어서 함께 하고 계신다. 그리고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방앗간도 가서 손녀딸이 떡집을 내게 된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제주에 와서 할머니들이 그렇게 정겹고 귀여우실 수가 없다. 그녀들도 나와 같은 엄마였고 여성이었기에 그럴까. 제주도를 대표하는 해녀문화에 대해 자꾸 마음이 끌린다. 내년에는 한수풀 해녀학교에 지원해보려고 한다. 


다음으로 진행된 해변 명상도 인상적이었는데, 모래사장 위에 매트를 펴고 앉자마자 눈을 살며시 감고 호흡을 하며 몸의 힘을 빼보라고 하셨다. 제주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내 몸 때문일까 힘을 빼는 게 힘들었다. 힘을 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질수록 힘은 더 빠지지 않았다. 갑자기 '내 인생에도 얼마나 쓸데없는 곳에 힘을 주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나는 인생이든 몸이든 힘 좀 빼야 돼.'라고 생각하니 서서히 힘이 빠지는 것 같았지만 모든 힘을 빼지는 못했다. 그러다 누워서 힘 빼고 호흡을 했는데 잠이 들어버렸다. 그렇게 나의 첫 명상체험은 힘은 빼지 못하고 잠에 빠져버렸다.


다음에 또 명상을 하게 되면 오늘보다는 조금 더 힘을 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생도, 몸도 힘을 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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