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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노트#20 글벗이 생기다

외롭고 고독한 이 길에 동료가 생긴다는 것은

by 원지윤

# 감사한 / 일

올해 봄부터 글쓰기 수업이면 일단 신청하고 보는 버릇이 생겼다. 같은 결, 같은 꿈, 비슷한 목표를 향해 가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수업을 듣고 나면 그게 그냥 끝이었다. 글쓰기는 마라톤과 같아서 꾸준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데 그 길이 외롭고 힘들어서 한 번 손 떼기 시작하면 다시 노트북 앞에 앉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하루 일과 중에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또 급한 일이 생기면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핑계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함께 뛰는 동료가 있어야 수월하다. 마감일자도 정해져 있어야 어떻게든 쥐어 짜내는 습성이 있는 인간인지라 글쓰기에 여러 장치들이 필요했다.


# 감사한 / 말

"우리 함께 해보아요."

오늘 글쓰기 수업 마지막 시간이 끝나고 앞으로 합평 모임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은 남아서 정하고 가기로 했다. 몇 명을 빼고 수강생 대다수가 자리에 남아 있었다. 사실 합평 모임, 글쓰기 모임을 제안한 건 나였다. 그래서 몇 명이나 이 모임을 원할지 살짝 떨리기도 했다. 모두 다 원하지 않고 나만 앉아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합평을 하며 주고받았던 말들이 쌓여 우리가 계속해서 글을 써나갈 수 있는 힘이 되었다는 걸 확인이라도 하듯이 우리는 모임의 이름과 일정, 장소를 정하기에 열정적이었다. 막바지에 뒷자리에서 누군가 "우리 함께 해보아요."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이 참 고마웠다.


# 감사한 / 사람

모임을 이끌어주신 선생님과 함께 하고자 하는 동지들에게 감사하다.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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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