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물결에 편승하다.
잘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나는 고인 물처럼 느껴졌다.
학교 밖으로 나가 더 큰 세상을 맞이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사실 혼자서도 꽤 잘하고 있었다.
아이들과의 수업도, 학급 운영도, 나름의 노하우가 쌓여 있었고
주변에서는 “잘한다”는 말도 자주 들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겉보기엔 잘 굴러가는 듯한 내 수업이
어느 순간부터는 매끄럽지만 낯설게 느껴졌다.
고여 있는 물처럼, 흐르지 않고 맴도는 느낌.
익숙한 방식, 익숙한 자료, 익숙한 나.
그 익숙함 속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는 지금 멈춰 서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쩐지,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제법 많아 보였다.
수업연구회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모두 나와는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아이들과의 대화를 수업의 중심에 두었고,
누군가는 놀이나 예술을 자연스럽게 녹여냈으며,
또 누군가는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교실을 완전히 새롭게 꾸려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함께 주제를 정하고, 과제를 수행하며, 워크숍을 열었다.
서로의 수업을 공개하고, 솔직하게 피드백을 나누며,
때로는 실패담까지 웃으며 공유했다.
학교 안에서는 좀처럼 하기 어려운 일들이
학교 밖의 이 공간에서는 자연스럽게 가능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나와 전혀 다른 시선이 나를 위축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다름이 내 안을 두드리고 흔들었다.
“아,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이런 방식도 아이들을 움직일 수 있구나.”
내가 그동안 ‘내 것’이라 굳게 믿었던 방식이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니었다는 걸,
그제야 조금씩 인정하게 되었다.
다양한 경력의 선생님들과의 대화는
내가 몰랐던 풍경을 보여주었고,
그 풍경은 나를 다시 걷게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멈춰 있던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고경력 교사’군에 속하는 나이가 되었다.
경력이 쌓일수록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호칭이지만,
나는 그 말 뒤에 안주하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그 무게만큼 더 자주 흔들리고, 더 자주 질문하려 한다.
새로운 수업 방법을 배우고 적용하면서,
나의 수업 철학을 이론과 경험으로 조금씩 공고히 다져간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교직에서 여전히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고인 물이 되기를 거부하고,
계속 흐르는 물이 되기를 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도,
함께 걸어가는 수업 친구들과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