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을 받던 아이에서 돌보는 어른으로

작은 쓰담 9. 돌봄을 전환하기

by 차미레
부모의 그늘 아래 있던 아이가,
이제 부모의 그늘이 되려 합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나는 과연 어른의 역할을 제대로 했을까.


아이였을 때는

부모의 그늘 아래에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여겼다.


부모가 되고 나서는

내 자식을 돌보느라

정작 내 부모는 늘 뒤로 밀렸다.


그러다

마흔이 훌쩍 넘어서야

문득 깨달았다.


그래서_

부모님과 아이를 함께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여행의 중심은

역시 내 아이가 되어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점점 더 실감한다.

시간이 없다.

어쩌면 지금이 아니면

함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그렇게

두 번째 여행을 준비했다.


이번엔 오롯이 부모님과 나.


동선을 줄이려 운전대를 잡고

되도록 두 분의 속도와

두 분의 기분에 맞추려 한다.


당신들과 마주 앉아,

어린 시절 내가 돌봄을 받던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보호자가 되어

당신들을 돌보려 한다.


당신들만큼 잘할 수는 없겠지만

더 늦기 전에

당신들의 흉내를 내어보련다.


또 한 번의 기회가

더 있기를 바란다.

좀 더 어른이 된 내가

조금 더 잘 돌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한 번 더, 당신들과 함께 걷는 시간을 허락받기를.

더 늦기 전에, 당신들의 그늘이 되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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