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의 역설: 교실을 넘어 교육 공동체로

애덤 카헤인의 『협력의 역설』로 교육공동체의 ‘협력의 의미’를 발견하다

by 차미레
학교는 늘 협력을 말하지만, 협력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애덤 카헤인의 『협력의 역설』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협력을 갈등 없는 조화로만 오해하고 있지 않은가?”


학교는 언제나 협력을 강조한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교사, 동료 교사 사이에도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협력의 장면에 들어가 보면, 협력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서로의 생각은 엇갈리고, 이해관계는 충돌하며, 때로는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다”는 지점까지 내몰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 교실에서 새로운 프로젝트 수업을 준비할 때를 생각해 보자.

학생들은 참여 의지가 다양하고, 학부모는 성적을 걱정하며, 동료 교사는 시간 부족을 이유로 수업 참여를 꺼린다.

교사는 갈등과 불만을 피하려고만 할 수 있지만, 진짜 협력은 바로 이 불편한 순간에서 시작된다.


애덤 카헤인의 『협력의 역설』은 바로 이 모순된 현실에서 출발한다.

협력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화목하고 조화로운 과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갈등과 긴장이 교차하는 그 복잡한 한가운데에서만 비로소 진짜 협력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한다.


카헤인은 협력을 다시 정의한다.

협력이란,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손을 잡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서 있으면서도 함께 움직이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는 중요한 세 가지 원리가 있다.


갈등과 연결

협력의 순간마다 갈등은 피할 수 없다.

학생과 교사의 생각이 다를 때, 학부모와 교사의 요구가 충돌할 때, 우리는 종종 갈등을 잠재우려만 한다.

그러나 카헤인은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드러내며, 이를 연결의 기회로 삼을 때 협력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수업에서 학생 A가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고, 학생 B가 반대로 반발할 때, 교사는 “둘 다 들어보자”라고 조정하고, 학생들 스스로 토론과 합의를 경험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협력의 가능성을 체감한다.


실험적 접근

협력은 완벽한 계획이나 합의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먼저 작은 시도를 하고, 그 과정에서 배우며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업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다.

모든 학생이 동의하는 완벽한 수업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작은 시도를 통해 아이들의 반응을 보고 함께 수정해 가는 과정 자체가 살아 있는 협력이다.


자기 기여 변화

협력은 상대가 변하기를 기다리는 데서 오지 않는다.

교사로서 내가 어떤 태도와 행동을 취하는지가 협력의 첫걸음이다.

교실이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전에, 내가 시작할 수 있는 작은 기여는 무엇일까?

카헤인은 협력의 책임을 모두에게 돌리기보다, 각자의 선택과 행동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교사가 먼저 수업 참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학생 의견을 존중하며 학부모와 열린 소통을 시도할 때, 그 작은 변화가 전체 협력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협력은 역설적이다.

갈등 속에서만 가능하고, 불완전함 속에서 더 단단해진다.

누군가를 바꾸려는 순간이 아니라, 내가 먼저 달라지는 순간 협력이 시작된다.


교육 공동체 속 협력 역시 마찬가지다.

교사,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가 얽힌 현실 속에서 협력은 늘 쉽지 않다.

그러나 이 모순과 긴장 속에서 우리는 함께 걸어갈 길을 발견할 수 있다.


『협력의 역설』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협력의 무게를 누군가에게만 맡기고 있지는 않은가?

당신이 시작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시도해 본 적 있는가?”


갈등과 긴장 속에서, 철학적 사유를 통해 교육 공동체는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협력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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