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준 가르침
세월이 공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값비싼 시간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
학교는 늘 새로운 세상이다.
교실 문을 열면 어제와 똑같은 풍경 같지만,
아이들의 눈빛 하나, 교무실의 공기 한 줄기까지 매일이 다르다.
20여 년을 학교에서 보냈지만
단 한 번도 같은 하루는 없었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그 사이에서 묵묵히 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나도 함께 자랐다.
처음에는 ‘교사’로서 완벽해지고 싶었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학부모와 원만히 지내고,
학교 일에도 빈틈없어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완벽함보다는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어느 날은 학부모의 격앙된 말에 마음이 무너졌고,
또 어느 날은 아이의 한마디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런 날들이 쌓이고 쌓여
‘사람을 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도 소중한 일인지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학생에게는 사랑이 필요했고,
학부모에게는 신뢰가 필요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 둘을 버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상처받았고, 또 치유되었다.
세월은 언제나 공짜가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쌓아온 노하우는 책에서 배운 지식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얻은 감각이었다.
때로는 울고, 때로는 후회하며
조금씩 사람을 이해하게 된, 세월의 선물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배움은 계속된다.
새 학년이 시작될 때마다, 새로운 얼굴을 맞이할 때마다
나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오늘은 또 어떤 마음을 배워야 할까?’
스스로에게 묻는 그 질문이, 나를 교사로 서게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러나 그 대가로 얻은 것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자산이 되었다.
그 모든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오늘도 교실 문을 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