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닿는 순간, 수업이 살아난다

몰입의 순간에 다시 만난 교사로서의 나

by 차미레
일방적인 강의 대신, 함께 호흡하는 수업을 꿈꾼다.
몰입의 순간, 교사와 학생은 동시에 살아난다.


지난 토요일, 중학교 1‧2학년 학생들과 함께

퍼실리테이션으로 학급자치평가를 진행했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이라 설렘이 컸지만,

첫 번째 시간을 맡은 다른 강사의 수업을 지켜보며 조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분의 강의는 다소 일방적이었다.

“이건 다음에 하자.”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넘어가자.”

아이들은 점점 집중을 잃고, 교실의 공기는 가벼워졌다.

산만함이 퍼지는 걸 보며, 나는 생각했다.


아이들이 집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수업이 아직 ‘호흡을 찾지 못한 것 아닐까.’


내 차례가 다가오자, 나는 두 개의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아이들이 충분히 몰입할 경우 최대한 확장된 활동까지,

집중이 어렵다면 ‘최선의 진도’까지만.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준비는 단단하게, 진행은 유연하게.

이것이 내가 믿는 수업의 철학이었다.


아이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앞시간에는 가위바위보로 잠깐 집중이 흐트러진 친구들이 있더라구요.

요즘 중학생은 이런 걸 재미있어하는군요.”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지만 시선으로 단단히 아이들을 잡았다.

“이번 시간에는 가위바위보 할 시간은 없을 겁니다. 조금 다르게 해 볼까요?”


아이들은 내 눈을 보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나는 아이들이 스스로 집중의 리듬을 찾을 수 있도록

짧은 활동부터 천천히 시작했다.

손이 움직이자, 시선이 모였다.

그리고 어느새 교실의 공기가 달라졌다.


아이들의 주도성은 이미 안에 있었다.

그저 그 문을 두드릴 계기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듣는 수업’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수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이들이 손을 움직이고, 몸을 기울이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었다.

표정이 달라지고, 말이 살아났다.

머뭇거리던 시선들이 어느새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교실의 공기가 달라졌다.


산만함 대신 집중이, 피로 대신 활기가 피어났다.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였고, 그 에너지 속에서 나도 달아올랐다.


그 순간, 나는 느꼈다.

아, 이게 ‘살아있는 수업’이구나.

그리고 나는 그 속에서 ‘살아있는 나’를 만났다.


그날의 몰입이 끝난 후, 묘한 희열이 남았다.

가르친다는 행위가 아니라 함께 호흡하는 경험,

그 속에서 교사로서의 ‘생명감’을 다시 만난 것이다.


수업은 결국 삶과 닮아 있다.

계획대로 되지 않지만, 준비한 만큼 유연해지고

상호작용 속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찾아온다.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아이들이 살아있는가?”

그리고, “그 속에서 나도 살아있는가?”




수업이란 결국, 살아있는 관계다.

그 호흡이 닿는 순간, 배움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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