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교사가 되었다
교대 입학.
가장 신중해야 할 선택 앞에서, 나는 가장 가벼운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재수할 거라면, 교대 원서만 한 번 써보자."
고3 담임의 한마디.
그 말이 내 인생의 궤도를 바꿔놓을 줄, 그땐 몰랐다.
나는 교사가 되고 싶었던 아이가 아니었다.
‘장래희망 – 교사’란 말조차 입 밖에 내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꿈꿔본 적 없는 길, 나는 그 길에 발끝을 얹었다.
현실과 타협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선택지로 ‘교대’를 받아들였을 뿐이다.
‘교대’라는 이름도 낯설었다.
그저 잠시 거쳐 가는 곳이라 여겼던 그곳에서,
나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을, 여전히 걷고 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는 수업에 진심인 사람이다.
신규교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매년 수업을 공개했고, 그 수업을 함께 나누었다.
교실이라는 작은 우주 속에서 아이들과 숨 쉬며 살아왔다.
한때는 대학을 다니는 것에 의미를 찾지 못해,
매 학기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방학을 맞이하곤 했다.
그랬던 내가 다시 이 길에 정착하게 된 데에는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이 있다.
교대 4학년. 첫 수업 실습.
운이 없었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1학년 수업을 맡게 되었다.
쉬는 시간, 교실은 폭풍이 휘몰아친 듯한 아수라장이었다.
의자들이 제멋대로 굴러다니고, 아이들은 마치 갓 풀려난 새들처럼 교실을 날아다녔다.
‘내가 이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할 수 있을까?’
설렘보다 긴장감이, 기대보다 공포가 앞섰다.
그리고,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아이들 앞에 섰다.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여러분—”
그 순간, 분주하던 교실이 정지했다.
수십 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나를 향했다.
맑고 깊은 눈빛들이, 조용히 내 심장을 두드렸다.
그 한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또렷하게 깨어났다.
수업은 놀라울 만큼 잘 흘러갔다.
아이들은 내 말 한마디에 반응했고,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
1학년 수업 실습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의 수업이 이어졌다.
그날 이후, 수업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긴장감마저도 설렘으로 바뀌었다.
나는 수업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꼈고,
수업은 어느새, 나를 숨 쉬게 하는 숨결이 되었다.
수만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하나만은 분명하다.
나는 수업이 즐겁다.
지금, 교실을 떠나 있는 이 시간에도
가장 아쉬운 건 수업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수업은 늘 내 삶의 중심이었고,
그 모든 시작은 그날, 첫 “여러분”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날 아이들의 눈빛을 떠올리면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