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할 수 있는 환상

작은 쓰담 21. 현실과 꿈 사이, 나를 지켜내는 거리두기

by 차미레
환상은 때로 삶을 버티게 하지만,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때만 아름답다.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허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를 버티게 하는 건

현실이 아니라,

조금은 비현실적인 상상들이다.


모든 게 잘될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

누군가 내 마음을 완벽히 이해해 줄 거라는 바람.

언젠가 내가 진짜 원하는 모습이 될 거라는 희미한 꿈.


그건 허황된 게 아니라,

지친 마음을 살짝 들어 올려주는

보이지 않는 손 같은 것이다.


환상이 없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나 자신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알게 되었다.

모든 환상이 나를 살리는 건 아니라는 걸.


너무 큰 꿈은 나를 다그치고,

너무 완벽한 이상은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제,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환상을 품기로 했다.


완벽한 하루 대신 ‘충분히 괜찮은 하루’를,

영원한 관계 대신 ‘서로에게 머물 수 있는 시간’을,

모두의 인정보다

내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바라보는 정도의 환상.


이 정도면 내 어깨가 부러지지 않을 만큼 가볍고,

그래도 삶이 조금은 빛나게 만드는 크기다.


어른이 된다는 건,

환상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그 크기를 조절하는 일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현실은 여전히 단단하고,

환상은 여전히 부드럽다.


그 둘의 거리를 잴 수 있다면

우리는 아마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너무 멀면 마음이 식고,

너무 가까우면 꿈이 깨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사이 어딘가에

넘어지지 않을 만큼의 균형을 잡는다.


때로는 현실을 붙잡고,

때로는 환상에 기대며,

하루를 버티고, 내일을 꿈꾼다.


나이가 들수록,

감당할 수 있는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

나는 계속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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