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수업을 하고 있다

수업은 끝나지 않았다

by 차미레
“왜 아직도 수업 이야기를 해요?”


누군가가 내게 그랬다.

학교를 벗어나 있으면서도,

오히려 학교에 있는 사람들보다

수업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그 말을 들은 순간, 잠시 멈췄다.

틀렸다고 말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도 없었다.

다만 이상하게도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교실을 떠난 뒤에야

나는 수업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종소리도 없고, 시간표도 없고,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도 없는데

수업은 내 삶에서 조용히 계속되고 있었다.


교실에 있을 때의 수업은 늘 바빴다.

진도는 밀리지 않아야 했고,

평가는 공정해야 했고,

수업은 ‘잘’ 해야 할 일이었다.

돌아볼 틈 없이 다음 차시로 넘어가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그때의 나는 수업을 하고 있었지만,

수업을 바라볼 여유는 없었다.


교실을 벗어나고 나서야

수업은 지식이나 기술 이전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더 가깝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말을 조금 덜 하는 일,

정답을 먼저 내놓지 않는 선택,

누군가의 속도를 함부로 앞지르지 않는 기다림.

교실에서 배웠던 그 태도들은

학교 밖의 삶에서도 여전히 나를 움직이게 했다.


지금의 나는 교실 밖에 서 있다.

하지만 사람들과 마주하고,

대화를 설계하고,

흐름을 읽으며 개입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순간마다

나는 여전히 수업을 하고 있다.


이 연재는 교실을 그리워하는 기록이 아니다.

또 다른 교사가 되고 싶다는 다짐도 아니다.

교실을 떠난 이후에도

내 안에 남아 있는 수업의 감각,

그리고 그 감각이 나를

두 번째 삶으로 이끌어온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직 수업을 하고 있다.

월요일 연재
이전 02화흔들리지 않는 나를 만드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