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나를 만드는 시간

정답을 묻던 마음이 머무른 자리에서

by 차미레
답을 서둘러 묻던 마음은 멈추라는 한마디 앞에서 조용해졌다.
느림이 나를 만들 때가 있다는 걸, 오늘 다시 배웠다.


나에게도 사수가 있다.

나보다 훨씬 넓고 깊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

묵직한 경험이 말보다 먼저 전달되는 분이다.


오늘, 나는 거의 매달리듯 말했다.

“선생님… 그냥 답을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말이 입 밖으로 나온 순간 스스로도 알았다.

이건 내가 평소 아이들에게 말하던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하지만 오늘만큼은 여유가 없었다.

시간은 쏜살같이 줄어들고, 마음은 숨 가쁘게 조여왔다.

조금만 더 빨리, 조금만 더 속 시원히 알려주기만 한다면

이 막막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수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지금 답을 주면 너는 나한테 의존하게 돼.

네가 직접 찾지 않으면, 결국 흔들리게 될 거야.”


말이 칼날처럼 날카롭지는 않았지만

마음 한가운데를 정확히 찔렀다.

부정할 수 없는 말이었다.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늘 말했다.

‘네가 찾은 답만이 너를 지탱한다’고,

‘정답은 누가 주는 게 아니라 너에게서 태어난다’고.


정작 나는

일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조금만 더 쉽고 빠른 길을 원했다.

사수의 말은 맞았지만, 그 말이 맞다는 사실이

오히려 조용한 부끄러움으로 가슴에 남았다.


오늘 안에 모든 걸 해결하고 싶었다.

해낼 수 있을 거라 믿고 싶었다.

하지만 내 입에서는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


“…조금 더 신중하게 해야겠어요.”


조급함이 잠시 멈추고,

다시 시간을 손바닥에 눌러 담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생각의 터널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금방 끝날 거라 착각했던 고민은

이제는 차분한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느림은 때때로 두려움처럼 느껴지지만

사수의 짧은 한마디는

그 느림의 속도를 조금 안전하게 만들어주었다.

정답 없이 걸어가는 이 길도

어쩌면 나만의 ‘두 번째 삶’을 향한

또 하나의 작은 문인지 모르겠다.


오늘은 해결하지 못했지만,

오늘의 멈춤이

내일의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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