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쓰담 8. 강해지지 않아도 계속 서 있는 이유 찾기
강해지지 않아도 괜찮은 날이 있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도
무너지지 않고 서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하루에 대하여.
삶은 때때로
우리를 선택지 없는 자리로 데려간다.
도망칠 수 없고,
미룰 수도 없는 한가운데로.
그곳에서는
버텨야 한다는 말조차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저 무너지지 않기를
스스로에게 빌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지치는지,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왜 계속 흔들리는지
설명할 수 없는 날들이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자신에게 가장 먼저 묻는다.
왜 더 단단해지지 못했는지,
왜 아직도 이 정도인지.
하지만 극한의 시간 앞에서
약해지는 건
잘못이 아니다.
그건 살아 있으려는
몸과 마음의 반응이다.
소용돌이 속에서는
앞을 볼 수 없다.
대신 지금 서 있는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오늘을 넘긴 것,
말하지 못한 마음을
가슴에 안고도
다시 숨을 쉰 것,
그 하루가 흘러가도록
자리를 지킨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애쓰고 있다.
잘 살아야 한다는 말보다
오늘은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날이 있다.
그리고 그런 날을 보내는 일은
생각보다 용감하다.
삶의 흐름은
언제나 같은 힘으로
우리를 밀지 않는다.
지금은 믿기 어렵겠지만
이 소용돌이도
언젠가는 느려진다.
그러니 오늘은
강해지지 않아도 된다.
계속 서 있는 이유를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을 끝까지 건너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무도 모르게 애쓴 나에게
말 대신
조용히 손을 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