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쓰담 10. 익숙함에 기대어 숨 고르기
새로워지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라고 믿어왔다.
새로운 선택, 새로운 시작, 새로운 나.
그렇게 세계는 넓어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부터
새로움은 설렘보다 부담에 가까워졌다.
그럴 때 나는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뒤에 남겨두고 온 익숙함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도 가끔은 바람을 쐬고 싶어진다.
익숙한 일상에서 잠시만 벗어나면
마음도 함께 가벼워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제주도에 왔다.
하지만 오늘의 제주는
내가 기대한 얼굴이 아니었다.
차가운 공기가 먼저 몸에 닿았고,
눈은 이미 멈출 기색이 없었다.
제주도마저 한파 속에 있었고,
폭설이라는 말이
그제야 실감 나는 하루였다.
눈발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졌고,
숙소로 향하던 길에서
차는 서서히 속도를 잃었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잠시 멈춰 선 순간,
차는 조용히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지만
의지는 큰 힘이 되지 않았다.
통제할 수 없다는 감각이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가왔다.
‘새롭다’는 말로 감싸기엔
이 상황은 이미 두려움에 가까웠다.
결국 숙소에 연락해
도저히 올라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고,
차를 돌려 다시 내려오기 시작했다.
바람을 쐬러 왔다가
우박처럼 쏟아지는 눈에 맞고,
머물 곳을 앞에 두고도
길 위에서 방향을 바꾸는 경험.
분명 새로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런 새로움까지는
더 이상 품고 싶지는 않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굳이 낯선 경험이 아니어도
익숙한 삶 안에서
충분히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환경을 바꾸지 않아도
나는 이미 많이 달라져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낯선 새로움이
예전만큼 반갑지 않다.
새로움을 선택하지 못하는 날이 있다.
그날의 나는 약해진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나를 살피고 있었을 뿐이다.
익숙함이 그리워질 때,
나는 다시 버틸 힘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