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쓰담 12. 머물러 있기
선택지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린다.
아니야.
더 이상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대안은 없었다.
선택하지 않은 게 아니라
선택할 수 없었던 순간이었다.
이미 상황은 흘러가 있었고,
나는 그 안에 서 있을 뿐이었다.
머리로는 이해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도,
여기서 더 애쓴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것도.
하지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내가 멈춘 것 같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졌고,
그래도 뭔가를 더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자꾸만 나를 되묻게 되었다.
그 질문들 앞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가장 냉정해졌다.
결정하지 못한 나를 탓했고,
버티기만 한 시간을 실패처럼 취급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조심스럽게 인정하게 된다.
모든 순간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때로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할 수 있는 걸 다 해낸 상태라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사실 자체가
그만큼 진지하게 살아냈다는 증거라는 걸.
그래서 오늘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나에게
이 말을 건네본다.
괜찮아.
그건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애썼기 때문이라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 대신,
지금 이 자리에 머물러도 괜찮다는 마음을
조용히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