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쓰담 14. 믿지 못하는 마음을 다그치지 않기
오늘은 나에게 묻지 않기로 한다.
‘왜 아직도’라는 말로.
믿지 못하는 마음을 다그치지 않기로 한다.
믿지 못하는 마음에도 이유는 있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친절을 받으면
고맙기보다 먼저 묻게 된다.
왜 이렇게까지 친절하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말과 행동 앞에서
나는 자주 한 발 물러선다.
의심은 습관처럼 먼저 고개를 들고,
마음은 괜히 긴장한 채 스스로를 움켜쥔다.
이게 나의 잘못일까.
아니면
좋지 않은 기억들을 너무 오래 품고 살아온 탓일까.
상처는 늘 소리 없이 사람을 바꾼다.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었고,
참지 않아도 될 순간들을 참아냈던 시간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조금씩 경계 쪽으로 기울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때로는 세상살이가 버거워
마음에 문을 걸어 잠근다.
아무도 들이지 않고,
아무 기대도 하지 않으려 애쓴다.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산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그 일이
내게는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믿지 못하는 마음이 꼭 나약함은 아니라는 것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건 스스로를 지키려는 방식이었고,
다시 다치지 않기 위해 애써온 흔적이었다.
오늘은 그 불안감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본다.
괜찮아.
그렇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날들이 있었지.
그래도 오늘 하루를 살아낸 것만으로
충분히 잘했다고.
불안을 밀어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곁에 두는 연습.
그 또한
용기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