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장난

작은 쓰담 13. 조금 늦더라도 계속 걸어가기

by 차미레
아프지 않다고 믿는 동안, 삶은 나에게 몇 번의 고비를 더 건넸다.


나는 아프지 않다.

적어도, 그렇게 느끼지는 못한다.


그런데 몸은 자꾸 아프다고 한다.

병원에 가면 숫자가 말하고, 영상이 말하고,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단계를 이야기한다.

수술, 약, 회복.

그리고 늘 비슷한 문장.

“약만 잘 먹으면 돼요.”

“운동 열심히 하시고요.”


그렇게 한 고비를 넘기고 나면

나는 다시 새 삶을 산다.

이제는 괜찮을 거라 믿고,

다시 계획을 세우고,

미뤄 두었던 마음들을 꺼내

차례차례 줄을 세운다.


그런데 또다시

몸이 아프다고 한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통증도 없고,

눈에 띄는 증상도 없는데.

그래서 더 충격이다.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삶은 또 한 번 나를 불러 세운다.


“이번에도, 잠깐 멈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왜 고비는

줄을 세울 만큼 계속 늘어나는 걸까.


고비가 올 때마다

나는 습관처럼 가지치기를 한다.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내려놓는다.

돌이켜보면

지난 세월 나는

앞만 보고 무작정 열심히 살아왔다.

그래서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 건 아닐까,

뒤늦은 질문을 던져본다.


어쩌면

늘 악화되기 전,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는 이 상황을

감사하다고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삶이 너무 멀리 가기 전에

잠시 붙잡아,

시간을 연장해 주는 배려라고.


하지만

두 번은…

조금 너무한 것 같기도 하다.


혹시

내가 또 무리할까 봐,

또 나를 앞세울까 봐

몸이 일부러 보내는 신호일까.

“이번엔 진짜 좀 쉬어” 하고.


막막하기는 하지만

나는 안다.

이번에도 결국

견디고,

넘기고,

다시 일어날 거라는 걸.


다만

학교에 갈 수 있는 날이

조금 더 멀어진다.


학교로 돌아가는 일은

어떤 날엔 부담이고

어떤 날엔 설렘이다.

늘 마음속에서

조용히 나를 부르던 곳인데.


이제는

내가 가고 싶어도

건강이 먼저 나를 붙잡아

쉬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삶은 가끔

이렇게 장난을 친다.

아프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아프다고 말하고,

준비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잠시 멈추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아주 천천히,

그래도 계속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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