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할 수 있다는 것의 무게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배우게 할지

by 차미레
선택의 기회가 사라질 때,
고민도 함께 사라진다.


인간은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오히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해야 한다.

마이클 폴란은 이 지점을 ‘딜레마’라고 부른다.

선택지가 많다는 것은 자유처럼 보이지만,

그 자유는 늘 책임과 함께 온다.


생각해 보면 딜레마는

선택의 기회가 주어질 때만 생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고민할 이유도, 갈등할 필요도 없다.

그저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면 되니까.


그래서 문득 이런 질문이 생긴다.

10년 후에도 우리는 선택할 수 있을까?


학교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본다.

아이들에게 “너는 어떤 선택을 하고 싶니?”라고 물을 때,

아이들은 종종 대답을 망설인다.

선택하는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선택해 본 경험이 많지 않아서다.


이미 정해진 답,

이미 짜여 있는 경로,

이미 누군가 대신 내려준 결정들 속에서

아이들은 ‘고르는 사람’이 아니라

‘따르는 사람’이 되어간다.


선택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선택은 점점 더 두려운 일이 된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삶은

편해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 편안함 속에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

생각할 수 없게 되는 위험이 함께 있다.


폴란은 묻는다.

우리는 왜 이렇게 먹는 것조차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워졌을까.


나는 교실에서 묻고 싶어진다.

우리는 왜 배우는 것조차

아이 스스로 선택하게 두지 못할까.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어떤 방식이 자신에게 맞는지,

어디까지 해보고 싶은지 묻기 전에

우리는 너무 빨리 길을 정해준다.

그게 더 안전하다고,

그게 더 효율적이라고 말하면서.


선택의 기회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만들어주지 않으면

금세 사라져 버린다.


10년 후에도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고를 수 있으려면,

지금 누군가는

그 불편한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


조금 느려도,

조금 흔들려도,

스스로 판단해 볼 수 있는 시간.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먹는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존재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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