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강욱의 『러닝 퍼실리테이션』을 다시 읽으며 달라진 질문의 의미
좋은 질문 하나가 수업을 바꾼다고 믿었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다시 읽은 『러닝 퍼실리테이션』은
질문 하나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조용히 일러주었다.
질문은 던져지는 순간보다,
서로 연결될 때 더 깊어진다는 사실을.
정강욱의 『러닝 퍼실리테이션』은
이미 여러 번 읽었던 책이다.
퍼실리테이션 수업을 고민하던 때도,
질문으로 수업을 열기 시작했을 때도
이 책은 늘 곁에 있었다.
이번에는 개정판으로 다시 읽었다.
책의 내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라기보다
‘질문연속체’라는 개념이
이번에는 유난히 오래 마음에 남았다.
로버트 J. 마르자노 박사는
학습자의 이해를 끌어내고 심화하기 위해
수준 높은 개별 질문 하나보다
서로 연결된 일련의 질문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질문과 질문을 연결하는 이 흐름을
질문 연속체라 부른다.
예전에는 이 개념을
‘질문을 잘 설계하는 방법’ 정도로 이해했다.
좋은 질문을 여러 개 준비하고,
그 순서를 잘 짜는 전략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읽으며
질문연속체는 기술이 아니라
교사의 역할에 대한 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론에 비추어 보면
내가 하고 있는 수업은 질문 연속체 수업에 가깝다.
나는 교사의 역할을
수준 높은 질문을 대신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사는
학생들 각자의 질문을 연결하는 사람에 가깝다.
학생의 질문은
언제나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어떤 질문은 다른 질문을 불러오고,
어떤 질문은 방향을 틀고,
어떤 질문은 더 깊은 질문을 요구한다.
그래서 교사가 건네야 할 질문은
새로운 질문이 아니라
질문을 연결시키는 질문이다.
“그 질문은 앞의 질문과 어떻게 이어질까?”
“이 질문은 무엇을 더 알고 싶게 만들까?”
“이 질문 다음에는 어떤 질문이 필요할까?”
단 하나의 매력적인 핵심 질문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완벽한 질문 하나를 준비하기보다
여러 개의 질문을 엮어
학습이 흐를 수 있는 순서를 만들어 간다.
질문 연속체는
현실적인 타협이 아니라
학습을 신뢰하는 방식이다.
교사가 모든 답을 알고 있다는 전제 대신,
질문이 질문을 낳으며
배움이 스스로 깊어진다는 믿음 위에 서는 일.
『러닝 퍼실리테이션』을 다시 읽으며
질문을 잘 던지는 교사보다
질문 사이에 다리를 놓는 사람으로
교실에 서고 싶어졌다.
질문연속체는
질문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질문과 함께 끝까지 가는 태도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