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수 있도록

작은 쓰담 18. 쉼을 멈춤이라 부르지 않기

by 차미레

앞으로만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없이 도착할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은, 쉼을 더한다.


우리는 종종 쉼을 핑계처럼 여긴다.

조금 쉬고 나면 뒤처질 것 같고,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아서.

그래서 몸이 먼저 보내는 신호를 무시한 채

마음으로 스스로를 계속 몰아붙인다.


하지만 쉼은 포기가 아니다.

쉼은 멈춤이 아니라,

더 멀리 가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일이다.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한 작은 정렬이고,

다음 걸음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시 맞추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쉬고 있다.

아니, 쉼을 강제로 배정했다.


너무 멀리 가버릴까 봐.

이 속도로 계속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서.

나를 앞질러 가버린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도 모른 채 사라질까 봐.


그동안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행동을 하고,

익숙하지 않은 경험을 일부러 선택하며

나는 나를 달랜다.

이래도 괜찮다고,

지금은 쉬어도 된다고.


사실 이 순간에도

뭔가를 하고 싶다.

손에 잡히는 결과를 만들고 싶고,

여전히 앞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다.


하지만 오늘은 쉼을 더한다.

조금이라도 다른 방향을 볼 수 있도록,

나를 아주 천천히

원래의 나 쪽으로 잡아당겨본다.


너무 멀리 튕겨 나가지 않도록.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쉼은 멈춰 서는 일이 아니다.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한 선택이고,

더 멀리 가기 위해

잠시 나를 붙잡아 두는 용기다.


오늘의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

속도를 줄였다는 이유로

나를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의 쉼은,

내가 다시 나답게 걸어가기 위한

조용한 힘이 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