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자의 안타까움

작은 쓰담 20. 빈자리를 안고 살아가기

by 차미레
떠나는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이 더 오래 머문다.
사건이 아니라,
그 이후의 시간 속에.


떠난 사람의 부재는

생각보다 빠르게 일상이 된다.

아침은 오고,

해야 할 일은 쌓이고,

사람들은 여전히 말을 건다.


그런데도 어떤 순간에는

그 사람이 빠져나간 자리가

문득 또렷해진다.


아무 일도 아닌 문장 하나,

예전 같으면 함께 웃었을 장면 앞에서

우리는 뒤늦게 멈춘다.


남겨진 자의 안타까움은

크게 울지 않아도 찾아온다.

소리 없이 스며들어

마음을 조금씩 무겁게 만든다.


왜 더 묻지 않았을까.

왜 그날은 그렇게 말했을까.

왜 괜찮은 척 넘겼을까.


하지만 그 질문들은

답을 찾기 위해서라기보다

스스로를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해

되풀이되는지도 모른다.


떠나는 자는

아마 이런 당부를

남기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의 빈자리를

억지로 채우지 않아도 된다고.

그 자리를 증명하느라

너의 삶까지

무겁게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남겨진 자는

끝내

빈자리를 메우지 못한다.


그래서 살아간다는 건

스며든 서글픔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그 감정에

잠식되지 않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우리는

그 빈자리를 안고

각자의 하루로 돌아간다.


그렇게 살아내는 것,

그 자체가

떠난 이를

배신하지 않는 방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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