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생일

작은 쓰담 23. 사소한 축하를 사소하게 넘기지 않기

by 차미레
태어난 날은 하나지만,
기억해 주는 날은 또 생긴다.

오늘은
그 사소한 축하를
사소하게 넘기지 않으려 한다.


오늘은 내 법적 생일이다.


아마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처음으로 신고된 날일 것이다.


실제로 태어난 건 음력 9월.

그러니 내게 생일은 늘 조금 어긋나 있다.

나는 자연스럽게 음력 생일을 챙겨 왔고,

양력 생일은 어딘가 남의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막내딸은

그 ‘남의 것 같은 날’을 또박또박 기억한다.


아침부터

“Happy Birthday to you.”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내 생일은 아직 아닌데, 싶었다.


하지만 그 아이에겐

오늘이 분명 내 생일이었다.


용돈으로 케이크를 사고,

“엄마 이제 진짜 나이 많다”며 웃고,

초를 꽂고,

폭죽까지 준비해 두었다.


노래를 부르며 일부러 음을 틀리기도 하고,

촛불을 불 때는 옆에서 더 크게 숨을 불어넣는다.


싫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좋았다.


나는 생일을 거창하게 보내본 기억이 많지 않다.

축하는 늘 어색했고,

괜히 몸을 낮추며 “괜찮아, 그냥 넘어가자” 하던 사람이었다.


사소한 일은

대개 사소하게 넘겨왔다.


그런데 오늘은

그 아이가 준비한 사소함을

사소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케이크 위 초를 하나하나 바라보고,

폭죽이 터지는 소리를 조금 더 오래 느끼고,

놀림 섞인 말을 그대로 웃으며 받아냈다.


내가 가지지 못한 따뜻함을

저 아이는 너무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다.


내게서 태어난 아이인데,

나보다 더 환하고,

나보다 더 거리낌 없이 사랑을 표현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안심이 된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고,

충분히 따뜻한 사람도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어딘가에서는

온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두 번째 생일.

하나는 세상에 등록된 날이고,

또 하나는

누군가가 나를 기념해 주는 날이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쪽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사소한 축하를

사소하게 넘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조금은 욕심을 내어보려 한다.


내년 이 날에도

또 이렇게

초를 꽂고,

나이를 놀림받고,

폭죽 소리에 괜히 웃으며

함께 있고 싶다고.


아주 거창한 약속 말고,

그저 오늘 같은 장면을

한 번 더 누리고 싶다고.


생일이 두 번이라는 건,

어쩌면

기회도 두 번이라는 뜻일지 모른다.


올해의 나는

그 기회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초가 꺼진 자리에서

한동안 남아 있던

연기처럼,


오늘의 마음도

조금 더 오래

머물게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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